‘어머니 보고 싶다…’ 애틋한 조선시대 한글 편지, 보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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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9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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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발견 당시 나신걸의 한글 편지(왼쪽). 문화재청
2011년 발견 당시 나신걸의 한글 편지(왼쪽). 문화재청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나신걸 한글 편지’가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군관 ‘나신걸’이 아내에게 한글로 써 보낸 편지 두 장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9일 밝혔다.

편지는 2011년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에 있던 나신걸의 부인 신창 맹씨 무덤에서 나왔다. 여러 번 접힌 상태로 피장자(被葬者·무덤에 묻혀 있는 사람) 머리맡에서 발견됐다.

복원된 편지에는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애들이랑 다 반가이(반갑게) 보고 가고자 하다가 못 보고 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라는 내용 등이 쓰여 있었다. 이외에도 농사일을 잘 챙기고 소소한 가정사들을 돌봐달라는 부탁, 무관이 입던 의복 ‘철릭’등 필요한 물품을 보내달라는 요청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나신걸의 한글 편지. 문화재청
나신걸의 한글 편지.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편지가 15세기 후반에 작성된 것으로 봤다. 1470~1498년 동안 쓰인 함경도의 옛 지명 ‘영안도(永安道)’라는 단어가 적혀있고,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였기 때문이다. 앞서 발견된 16세기 ‘청주 출토 순천 김씨 의복 및 간찰(簡札)’보다 시기가 앞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나신걸의 편지는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자료이자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며 “조선 초기부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후 한글이 대중에게 어느 정도까지 보급됐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변방 지역의 하급 무관이 막힘없이 한글로 편지를 쓴 것을 보면, 훈민정음 반포 50년도 안 된 시점에서도 한글이 널리 쓰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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