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나신걸 한글 편지’가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군관 ‘나신걸’이 아내에게 한글로 써 보낸 편지 두 장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9일 밝혔다.
편지는 2011년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에 있던 나신걸의 부인 신창 맹씨 무덤에서 나왔다. 여러 번 접힌 상태로 피장자(被葬者·무덤에 묻혀 있는 사람) 머리맡에서 발견됐다.
복원된 편지에는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애들이랑 다 반가이(반갑게) 보고 가고자 하다가 못 보고 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라는 내용 등이 쓰여 있었다. 이외에도 농사일을 잘 챙기고 소소한 가정사들을 돌봐달라는 부탁, 무관이 입던 의복 ‘철릭’등 필요한 물품을 보내달라는 요청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문화재청은 편지가 15세기 후반에 작성된 것으로 봤다. 1470~1498년 동안 쓰인 함경도의 옛 지명 ‘영안도(永安道)’라는 단어가 적혀있고,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였기 때문이다. 앞서 발견된 16세기 ‘청주 출토 순천 김씨 의복 및 간찰(簡札)’보다 시기가 앞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나신걸의 편지는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자료이자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며 “조선 초기부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후 한글이 대중에게 어느 정도까지 보급됐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변방 지역의 하급 무관이 막힘없이 한글로 편지를 쓴 것을 보면, 훈민정음 반포 50년도 안 된 시점에서도 한글이 널리 쓰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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