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판자집…봉천동 달동네… 재개발로 사라진 흔적을 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일 1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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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의. 금호동야경, 1993, archival pigment print, 90X90cm. 서울대미술관 제공
임정의. 금호동야경, 1993, archival pigment print, 90X90cm. 서울대미술관 제공

서울은 수차례 재개발을 거치며 다양한 시간의 흔적이 공존하는 도시가 됐다. 언덕 위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달동네’는 어느새 누추하고 지워야하는 공간으로 여겨지곤 했다. 이런 장소들을 사람이 모이고 이웃이 함께 하는 신성한 것, ‘뮈에인’(myein)으로 보자고 제안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뮈에인은 ‘신성하게 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다.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는 1980, 90, 2000년대 서울 재개발 예정지 곳곳을 사진작가 김정일 임정의 최봉림 김재경이 담은 사진 196점을 선보인다.

김정일, 기억 풍경-도곡동, c.1982, archival pigment print,  25.4x38.3cm. 서울대미술관 제공
김정일, 기억 풍경-도곡동, c.1982, archival pigment print, 25.4x38.3cm. 서울대미술관 제공

김정일이 촬영한 기억 풍경 연작 53점과, 임정의의 사진 36점이 1980년대 서울을 담았다. 최봉림의 1990년 봉천동 출사 작업 65점은 이번 전시로 대중에 처음 공개된다. 김재경의 연작 ‘mute’ 32점은 1999년 세기말 서울을, 후속 작업인 ‘mute2’ 연작 4점을 200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김정일은 1982년 어느 날 신문에 실린 40여 곳 개발 공고를 보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신문 기사를 들고 개발이 될 지역들을 찾아다니며 사라질 공간을 기록했다. 봉천동의 공용 화장실, 압구정의 판자집, 금호동 바위에서 뛰어 노는 어린이들이 사진에 담겼다.

최봉림, 서울 달동네 1990,봉천동,c.1990,inkjet print,24×36cm. 서울대미술관 제공
최봉림, 서울 달동네 1990,봉천동,c.1990,inkjet print,24×36cm. 서울대미술관 제공

1980년대부터 30여 년 간 건축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달동네를 사진으로 찍으라는 과제를 내주었던 임정의는 신림7동, 봉천5동, 금호동, 상계동을 높은 시선에서 바라본다. 최봉림은 1989년 봄 달동네 능선을 피사체로 선택해 집과 그곳 사람들의 풍경을 기록했다. 김재경은 화려한 도시 외관이 아닌 사람들이 표출한 일상적인 환경을 진실이라고 보고, 좁은 골목과 계단을 추상화처럼 담았다.

김재경, mute-053-봉천3동, 1999, gelatin-silver print,25x38cm
김재경, mute-053-봉천3동, 1999, gelatin-silver print,25x38cm
전시 기간 중에는 서울대학교 교수진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전시연계 세미나도 열린다.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 박상우 서울대 미학과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17일 오후 3시부터 예술 일반, 다큐멘터리 사진, 사회학과 관련된 주제로 강연을 연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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