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 부인 아닌 ‘독립운동가’ 이은숙…“홀로 오남매 키우며 삯바느질로 독립군 도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3일 14시 32분


“6, 7일간 지독한 추위를 좁은 차 속에서 고생했단 말을 다 어찌 적으리오. 그러나 괴로운 사색은 조금도 나타내지 않았다.”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1867~1932)의 일가가 1910년 12월 중국 옌볜(延邊) 지역의 서쪽인 서간도로 망명하던 밤. 그의 부인인 독립운동가 이은숙 여사(1889~1979)는 이런 글을 적으며 각오를 다졌다.

‘서간도 시종기’를 쓴 이은숙 여사가 원고지와 펜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 이회영기념관 제공
‘서간도 시종기’를 쓴 이은숙 여사가 원고지와 펜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 이회영기념관 제공

서울 중구 이회영기념관은 11일 이 여사의 43주기를 맞아 1966년 그가 직접 쓴 독립운동 회고록 ‘서간도 시종기’를 12일 전자책 형태로 처음 공개했다. 기념관은 17일부터 내년 10월 31일까지 해당 회고록을 바탕으로 이 여사의 생애를 돌아보는 특별전 ‘나는 이은숙이다’도 개최한다.

‘서간도 시종기’에는 우당의 부인이자 독립지사 이규창(1913~2005)의 어머니로, 그 역시 독립운동가였던 이은숙 여사의 일생이 담겨 있다. 이 여사에게는 2018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

12일 이회영기념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간도 시종기’ 육필 원고. 이회영기념관 제공
12일 이회영기념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간도 시종기’ 육필 원고. 이회영기념관 제공

전시는 힘겨운 삶에도 꿋꿋히 독립의 길을 걸었던 이 여사의 생애를 고스란히 비춘다. 이 여사는 1932년 우당이 일제 경찰에 붙잡혀 고문 끝에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뒤 궁핍한 생활에도 독립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원고에는 ‘매일 빨래하고 만져서 주야로 옷을 지어도 한 달 수입은 겨우 20원 가량 되니, 그마저도 받으면 그 즉시로 (베이징에) 부쳤다’는 내용이 있다. 삯바느질로 연명하며 홀로 오남매를 키우면서도 돈이 생기면 독립군에게 보낸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서해성 예술감독은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이 여사가 써내려간 원고에는 역경에도 굴하지 않은 굳은 의지가 깊이 배어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여사가 누군가의 부인이나 어머니가 아닌 주체적 여성 독립운동가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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