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들이 어른 됐을 땐 덜 폭력적인 사회 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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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 출간한 최은영
지난 6년간 패션지-온라인에 쓴 ‘엽편’ 모아
“가볍게, 하고 싶은 말 자유롭게 다 해”

반려묘 미오 옆에 선 소설가 최은영. 신작 ‘애쓰지 않아도’엔 고양이와 관련된 소설이 3편 실려 있다. ⓒ전예슬
반려묘 미오 옆에 선 소설가 최은영. 신작 ‘애쓰지 않아도’엔 고양이와 관련된 소설이 3편 실려 있다. ⓒ전예슬
소설가 최은영(38)은 대중과 문단을 함께 사로잡은 흔치 않은 젊은 작가다. 중단편소설집 ‘쇼코의 미소’(2016년·문학동네) ‘내게 무해한 사람’(2019년·문학동네), 장편소설 ‘밝은밤’(2021년·문학동네)은 발표 직후 세 권 모두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젊은작가상을 2014, 2017, 2020년 등 세 차례, 2021년 대산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고 있다. 그가 이번엔 문단의 주요 평가 대상이 아닌 엽편(葉篇) 소설로 돌아왔다. 최근 출간된 짧은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마음산책·사진)다.

6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신인 때부터 매체를 가리지 않고 원고 청탁이 들어오는 대로 글을 썼다”며 “2016∼2021년 패션잡지와 온라인에 발표한 짧은 글을 모아 책을 냈다”고 말했다. 나뭇잎 넓이 정도에 완결된 이야기를 담아내는 엽편을 쓰며 느낀 점을 묻자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엽편은 일종의 스케치예요. 문예지에 발표하지 않으니 예술적 가치에 너무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가볍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으니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하죠.”

‘200자 원고지 30장 내외의 짧은 길이’라는 엽편의 특성 덕일까. 신작엔 그가 겪었던 기억의 편린이 사진처럼 담겼다. 목적지 없이 정신없이 걸어 다니던 과거는 청춘의 고민과 사랑을 그린 ‘한남동 옥상 수영장’에 녹아 있다. 세상을 떠난 고양이를 애도했던 슬픔은 ‘임보 일기’로 되살아난다.

특히 표제작 ‘애쓰지 않아도’는 또래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소녀의 마음을 간결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최은영의 대표작이자 한일 소녀의 우정을 그린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처럼 10대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매점에서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는데 한 친구가 인기 있는 반장에게 ‘나도 네 무리야?’라고 물었던 것을 본 짧은 기억에 상상을 더해 썼다”며 “아이들은 왜 무리에서 인정받으려는 절박한 마음을 지녔을까 하는 고민을 담았다”고 했다.

타인에 대한 판단을 끝까지 유보하고, 무해한 시선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신작에서도 여전하다. 아동학대(‘호시절’) 동물학대(‘안녕, 꾸꾸’) 등 사회의 폭력에 대해 끊임없이 쓰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답했다.

“우리나라는 부자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병들어 있어요. 특히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혐오하는 태도를 보면 그렇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땐 덜 폭력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계속 소설을 쓰겠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최은영#애쓰지 않아도#엽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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