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아름다운 바다가 사라지고 있다

이기욱 기자 입력 2021-11-20 03:00수정 2021-11-2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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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몰려온다/제프 구델 지음·박중서 옮김/480쪽·2만1000원·북트리거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푸른 하늘과 하얀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휴양지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로 2100년까지 해수면이 2m만 상승해도 해변을 포함한 마이애미의 절반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세계 79개국 정상은 2014년 7월 지구 대기온도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개발된 인공냉각제 ‘CW-7’을 대기에 살포하기로 결정한다. 하늘에 뿌려진 냉각제는 강력한 한파를 불러왔고, 지구는 빙하기에 돌입한다. 영화는 기후 위기를 소재로 극단적 상황을 그렸지만, 지구 온난화는 이미 현실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과학계는 21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최소 1.8m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도네시아와 같은 섬나라들의 해안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거나 폭풍우, 홍수 등 기상 이변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지난 10여 년간 찾아다니며 그곳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며, 더는 이러한 위기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전한다.

저자는 지금의 상황을 야기한 인류의 탐욕을 먼저 꼬집는다. 대표적 휴양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은 미국 중서부 출신 사업가 칼 피셔(1874∼1939)가 20세기 초 바다에서 모래를 퍼 올려 만든 땅이다. 건물을 세울 수 있게 되자 마이애미에는 부동산 광풍이 불어 간척 30여 년 만에 호텔 56개, 주택 858채, 상점 및 사무실 308개 등이 들어섰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1926년 마이애미에 찾아온 시속 200km의 허리케인은 높이 3m의 폭풍해일을 불러와 113명의 사망자와 1570억 달러(약 185조 원)의 손실을 불러왔다. 1992년, 2016년에도 도시를 뒤덮는 허리케인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마이애미에는 새로운 콘도가 지어지고 있다.

개발 욕심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지난 20년 동안 그린란드가 있는 북극권의 온도를 1.6도 이상 상승시켰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2배가량 빠르다. 심지어 2010년에는 그린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 중 하나인 페테르만 빙하가 깨지기 시작했다. 2012년에서 2016년까지 불과 4년 만에 그린란드에선 1조 t의 얼음이 사라졌다. 만약 2100년까지 해수면이 2m 상승한다면 마이애미의 절반이 바다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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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후 위기에 책임이 없는 국가들에 피해가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미국의 핵폭탄 실험장이었던 섬나라 마셜제도에서 지난 50년 동안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의 1년 배출량보다 적다. 하지만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마셜제도는 서서히 물에 잠기고 있다. 마셜제도에는 이를 피할 만한 고지대도 없어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 정체성까지 전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저자는 부유한 국가들이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손놓고 있기보다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단하고 더 높은 땅으로 옮겨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해수면 상승 속도를 조금이라도 낮춰 사람들이 그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냉정하고 비관적인 분석이지만 그만큼 기후 위기를 더는 외면할 수 없음을 절감할 수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바다#지구온난화#해안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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