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볼로냐에서 찾은 ‘이탈리아의 맛’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6-05 03:00수정 2021-06-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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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권은중 지음/320쪽·1만8000원·메디치미디어
이탈리아 여행을 가본 사람은 많아도 볼로냐를 제대로 둘러본 이는 드물 것이다. 대부분 밀라노에서 시작해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로 이어지는 루트로 여행을 하지만 자신을 ‘기이한 여행자’라 칭한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하게도 볼로냐를 택했다. 20년간 기자로 일하다 50세의 나이에 이탈리아 음식에 꽂혀 회사를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던 그는 당시 한 달간 머물렀던 볼로냐에 매료됐다. 이탈리아인의 골수라 할 수 있는 치즈와 살라미(햄)가 시작된 땅, 계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생면 파스타의 성지. 활력과 웃음이 넘치는 행복한 도시 볼로냐의 비밀을 맛에서 찾은 저자의 기록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이탈리아 여행 중 혹은 한국에서 흔히 접했던 이탈리아 파스타와 피자 뒤에 숨은 이탈리아인들의 장인 정신을 일깨운다. 예컨대 피자의 원조인 이탈리아 남부식 피자는 도(dough)가 두꺼우면 안 된다는 철저한 기준이 있어서 나폴리 피자협회는 피자 중심 두께가 3mm를 넘으면 나폴리 피자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거나, 북부의 토마토 고기 소스인 라구 소스를 남부 스파게티 면에 버무리는 것처럼 경계를 오가는 건 ‘불경스러운 음식’이라 여기는 사고방식은 이탈리아인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로마 제국 멸망 이후 이탈리아인은 별개의 지역에서 각자의 역사를 일구며 살아왔기에 이들에게는 국가적 정체성보다 자신이 속한 지역의 역사와 전통이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지역이 지닌 음식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파스타와 피자에서 시작해 햄과 치즈, 와인까지 이어지는 음식 이야기에 더해 볼로냐에서 만난 사람들과 거리에서 마주친 건물과 화랑 등 문화 이야기도 흥미롭다. 곳곳에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 빼곡해 ‘붉은색의 도시’라고도 불리고, 대학교의 원형이 시작된 곳이라 ‘대학의 도시’라고도 불리며, 미인이 많아 ‘미녀의 도시’라는 애칭도 붙은 볼로냐를 저자가 직접 보고 느낀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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