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메이플 씨앗 장면 연출땐 낙엽 개수-햇살각도까지 계산했죠”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은 블루스카이 동료들처럼 코로나19로 삶 자체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생에서 목표 달성이 잠시 좌절됐다고 해서 삶의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재미있게 풀어냈기에 소울이 사랑받는 것 같아요.”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카메라 움직임, 캐릭터 동선 등을 계획해 화면을 연출한다. 홍익대 애니메이션학과를 나온 그는 국내 게임회사에서 일하다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안고 생후 1개월 된 아들, 아내와 함께 2009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시네마틱아트 석사를 전공한 뒤 2012년 픽사에 입사한 그는 ‘몬스터대학교’, ‘굿 다이노’, ‘코코’, ‘인크레더블2’, 소울, 올여름 개봉하는 ‘루카’에 참여했다.
“손에 메이플 씨앗이 놓이던 때 22는 처음 삶에 의지를 갖게 됩니다. 평범하지만 특별해 보여야 하는 시퀀스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부터 씨앗이 바람에 날려 손에 앉는 장면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어요. 관객들이 장면을 온전히 느끼길 바랐기 때문이죠. 메이플 씨앗에 붙은 낙엽 개수, 씨앗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각도까지 계산했죠.”
픽사는 감독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주의’ 색채가 강하다. 감독의 감정을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지만 이야기가 정형화돼 있지 않아 결과물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픽사는 사내외 상영회를 수차례 진행한다.
“최종본이 나오기까지 1000여 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6, 7회의 시사회를 진행하고 익명 피드백을 받습니다. 소울의 조 가드너도 원래 죽는 결말이었는데 이야기의 주제가 심오하기에 결말은 너무 어둡게 가지 말자는 의견이 많아 조가 사는 것으로 변경했죠.”
9년 가까이 픽사에 몸담고 있는 그에게 영감의 원천은 꼼꼼한 조사다. 연출의 디테일은 영화와 드라마에서부터 다큐멘터리, 미술 회화 등 그가 참고하는 모든 자료들에서 나온다는 것.
“‘굿 다이노’ 시작 부분에서 아름다운 아침 농장을 연출해야 했어요. 이를 위해 농장의 모습을 담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닥치는 대로 봤어요. 그중 제가 아름답다고 느낀 장면들을 기반으로 그림자, 햇살을 연출해냈어요. 디테일은 상상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 조사에서 나옵니다. 머릿속에서 정답을 얻으려 하면 결국 나라는 그릇밖에 안 나오기 때문이죠.”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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