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멥쌀 섞어 빚었더니 처음 맡는 막걸리 향이… 화성 박봉담 르포[동아리]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12월 13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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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국순당 화성양조장(현 박봉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옛 국순당 화성양조장(현 박봉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을 뜻하는 말이다. 술에도 화양연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 발효주인 막걸리의 경우 더욱 그렇다. 발효에 들이는 시간에 따라 맛과 도수가 달라진다. 마치 인간의 인생과도 비슷한 셈이다.

서울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경기 화성 봉담에는 화양연화 시기를 간직한 술을 맛볼 수 있다. 국순당이 운영하는 술문화복합공간 ‘박봉담’에서다. 박봉담은 옛 국순당 화성양조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국순당 화성양조장은 1986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나라 전통주 역사를 계승하고 발전시킨 곳이다. 이곳에서 국순당 백세주가 탄생했다.
박봉담키친 입구와 연결된 중정. 박봉담키친을 2층 구조이며, 통창을 통해 중정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좌석은 약 200석 규모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박봉담키친 입구와 연결된 중정. 박봉담키친을 2층 구조이며, 통창을 통해 중정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좌석은 약 200석 규모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올해 2월 새로운 모습으로 문을 연 박봉담은 우리 술의 현재와 미래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체 대지면적 1만3200㎡(약 4000평), 연면적 8000㎡(약 2400평) 규모로, 국순당 연구소, 수제 양조장, 박봉담키친, 박봉담 보틀샵, 스마트팜 등을 갖췄다.

박봉담이라는 이름은 ‘봉담에 위치한 공원(Park)’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순당은 박봉담이 공장을 넘어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공원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같이 정했다.

술과 이야기가 있는 곳… 입체적인 체험 공간
경기도 화성 소재 박봉담에선 다양한 술들을 테이스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경기도 화성 소재 박봉담에선 다양한 술들을 테이스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박봉담에선 술과 관련된 문화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우선 술과 관련 식문화를 연구하는 국순당 연구소는 직접 술빚기에도 참여하며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봉담 키친 한 켠에 마련된 독립된 공간에서 다양한 국순당의 술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드비알레의 ‘팬텀1 스테레오’ 사운드 시스템이 설치돼 공간 전체를 감싸는 웅장한 사운드가 몰입감 높은 체험의 순간을 제공한다. 또한 좌석 정면 창을 통해 자연을 느끼며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 미각, 시각, 후각, 청각, 촉각에 공간감까지 더한 입체적인 체험 공간인 셈이다.
경기도 화성 소재 박봉담에서 다양한 수제맥주를 양조 중이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경기도 화성 소재 박봉담에서 다양한 수제맥주를 양조 중이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박봉담에선 수제 생백세주와 수제막걸리, 논알코올 맥주 등 총 13종의 술을 선보이고 있다. 200~500L 소규모 탱크로 다양한 술을 동시에 생산한다. 향후 증류식 소주까지 계획 중이다. 박봉담은 꾸준히 지역의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술을 생산해 우리술과 한국적인 맥주의 본질과 개성을 표현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현재 깻잎, 솔잎, 옥수수 등을 활용한 맥주를 연구·개발 중이다.
박봉담키친은 박봉담 양조장에서 직접 빚은 특별한 주류와 논알코올 음료 등 다양한 마실거리와 먹거리를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박봉담키친은 박봉담 양조장에서 직접 빚은 특별한 주류와 논알코올 음료 등 다양한 마실거리와 먹거리를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박봉담키친은 박봉담 양조장에서 직접 빚은 특별한 주류와 논알코올 음료 등 다양한 마실거리와 먹거리를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특히 자연을 담고 있는 중정이 마련됐으며, 이를 통창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좌석은 약 200석 규모다.
경기도 화성 소재 박봉담 내 마련된 스마트팜.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경기도 화성 소재 박봉담 내 마련된 스마트팜.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시그니처 메뉴는 박봉담양조장의 막걸리로 만든 술빵과 막걸리효모로 만든 발효종 빵이다. 박봉담 술빵은 막걸리 발효에서 나오는 유익한 미생물과 영양소 덕분에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산미가 느껴졌다. 아울러 무알콜 막걸리 아이스크림 등 전통주를 활용한 제품도 있다.
경기도 화성 소재 박봉담 내 마련된 스마트팜. 이곳에선 하루 3500~4000포기정도 버터헤드를 수확하고 있다.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경기도 화성 소재 박봉담 내 마련된 스마트팜. 이곳에선 하루 3500~4000포기정도 버터헤드를 수확하고 있다.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박봉담키친의 샐러드 재료로 공급하기 위한 스마트팜도 마련됐다. 계열사 팜업에서 운영하는 이 공간은 박봉담키친 근접공간에 위치해 물류비용 절감 등 탄소절감에도 기여한다. 이곳에선 버터헤드 등 엽채류 3종과 바질 등 허브류 3종 등 총 6종을 재배한다. 대부분은 버터헤드다. 파종부터 재배까진 40일정도가 걸리며, 하루 3500~4000포기정도 수확하고 있다.

코드명 ‘화양연화’, ‘앙스트블뤼테’… 특별함 간직한 술
생백세주는 박봉담에서 시간과 정성으로 재해석해 다시 빚어냈다. 화성 지역에서 수확한 쌀과 국순당의 발효기술로 빚어낸 백하국에 다양한 재료를 더했다. 기존 백세주 대비 재료의 비중을 다르게 구성해 백세주 본연의 맛을 간직하면서도 산뜻한 과실 풍미를 강조했다. 포도의 향이 짙어 마치 화이트와인을 마시는 듯한 기분을 준다.
박봉담 테이스팅 프로그램에선 박봉담막걸리 등 술들의 테이스팅 노트와 함께 시음을 할 수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박봉담 테이스팅 프로그램에선 박봉담막걸리 등 술들의 테이스팅 노트와 함께 시음을 할 수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박봉담막걸리는 국순당 연구소가 최적의 향을 만들기 위해 우리 제법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아로마 발효기술’로 빚은 프리미엄 수제 생막걸리다. 알코올 도수는 8.5%로 과실 향이 풍부하게 살아 있는 원주 그대로의 깊은 풍미를 담았다.

특히 박봉담막걸리는 ‘화양연화’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제품이다. 신우창 국순당 연구소장은 “사람도 태어나서 청소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거친다. 노년기가 지나면 한 인간의 인생이 마무리된다. 보통 막걸리가 제품화되는 시점도 이런데, 사실은 젊었을 때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 술이 발효되는 과정에서도 굉장히 아름다운 시기가 있다. 하지만 너무 불안정한 시기이기 때문에 제품화해서 대량 생산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박봉담막걸리는 이 시기를 제품화로 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우창 국순당 연구소장이 지난달 27일 기자들을 만나 박봉담에서 생산되는 술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신우창 국순당 연구소장이 지난달 27일 기자들을 만나 박봉담에서 생산되는 술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코드명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 아래 탄생한 제품도 있다. 앙스트블뤼테는 독일어로 두려움, 불안을 뜻하는 앙스트와 개화를 뜻하는 블뤼테의 합성어로, ‘불안 속에 피는 꽃’을 의미한다. ‘박봉담쌀쌀막걸리’가 박봉담의 앙스트블뤼테다.

박봉담쌀쌀막걸리는 화성의 찹쌀과 멥쌀로 밑술을 한 뒤 두 번의 덧술을 거쳐 삼양주로 빚은 프리미엄 수제 생막걸리다. 은은한 과실 향과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한국 전통의 풍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 알코올 도수는 7.5%다. 신우창 연구소장은 “쌀의 여러가지 형태를 섞어서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술을 양조하는 마지막 단계쯤에 술에 물리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과정을 더하면 없던 향기가 확 발현되더라”라고 말했다.
박봉담에서 생산되는 수제맥주들. 제품 라벨에 주종, 주원료 및 부원료, 제조방법, 출시 순서 등을 점·선·면 요소를 활용한 전통 문양 디자인으로 개발했다. 라벨만 읽어도 술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박봉담에서 생산되는 수제맥주들. 제품 라벨에 주종, 주원료 및 부원료, 제조방법, 출시 순서 등을 점·선·면 요소를 활용한 전통 문양 디자인으로 개발했다. 라벨만 읽어도 술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이밖에도 박봉담에선 100% 식물성 유산균으로 발효한 4도의 저알콜 막걸리 ‘박봉담 식물성 유산균 막걸리’와 ‘전통 누룩과 쌀로 빚은 ’박봉담 옛날 막걸리‘도 만날 수 있다. 논알코올을 포함한 6종의 수제맥주도 있다. 국내 최초 양조전용쌀인 설갱미와 이와 어울리는 홉, 맥아를 정교하게 조합한 뉴잉글랜드IPA 스타일의 ’박봉담쌀맥주‘, 전통 뉴잉글랜드IPA 스타일로 다양한 홉을 사용한 ’박봉담IPA‘, 독일식 밀맥주 스타일에 국내산 유자를 활용한 ’박봉담유자바이젠‘, 독일 뒤셀도르프의 전통적인 로컬맥주 스타일의 ’박봉담알트비어‘, 전통적인 포터스타일 맥주인 ’박봉담포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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