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덕 우리말 위상 쑥쑥 →국내·외 브랜드 한글 마케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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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8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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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표현 편수냄비 대신 ‘한손냄비’ 보급하는 해피콜
해외 브랜드가 선호하는 일본어 ‘유즈’ 말고 ‘유자’ 향수 낸 조 말론

지난해 방탄소년단에 이어 올해 봉준호 감독이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이들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격언을 몸소 보여줬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 가사를 전 세계 팬이 따라 부르게 했고, 봉준호 감독은 한국을 배경으로 국내 배우가 우리말로 연기한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이라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이른바 ‘한류’ 덕에 현재 한글은 문화 콘텐츠란 날개를 달고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이래 가장 높은 위상을 누리고 있다는 평이다. 한글의 우수함에 주목하는 이가 늘어나고, 한글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마케팅에 활용해 소비자의 환심을 사려는 국내·외 브랜드도 여럿 눈에 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고객을 겨냥한 브랜드들의 한글 마케팅이 이목을 끈다.

국내 브랜드: 해피콜, K2, 아모레퍼시픽, 토프레소= 이미지 출처: 브랜드 별 공식 홈페이지
국내 브랜드: 해피콜, K2, 아모레퍼시픽, 토프레소= 이미지 출처: 브랜드 별 공식 홈페이지

주방 용품 브랜드 해피콜은 우리 부엌에서 일본어식 표현을 몰아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흔히 쓰는 계란후라이, 후라이팬이란 단어에서 ‘후라이’는 영어 프라이(Fry)의 일본식 표기다. 편수냄비, 양수냄비의 ‘편수’와 ‘양수’도 일본어에서 따온 표현이다. 해피콜은 제품명 등 고객이 접하는 모든 요소에서 프라이팬이란 표준어 표기를 준수하고 있다. 또 편수냄비·양수냄비 대신 한손냄비와 양손냄비란 단어를 쓰며 소비자가 한글 표현을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아웃도어 브랜드 K2는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리사이클 리버시블 다운’ 한글날 에디션을 출시했다. 브랜드 로고를 한글 ‘케이투’로 표현하고, 옷 곳곳에 한글 디자인을 입혔다. K2는 롯데백화점과 협업으로 만든 한글날 에디션을 롯데백화점에서 단독 판매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고유 글꼴을 개발해 대중에 공유하는 기업 가운데에서도 선두 주자로 꼽힌다. 지난 9월 초,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 고유의 글꼴인 ‘아리따’ 개발 이야기를 담은 책 ‘아리따 글꼴 여정’을 출간했다. 책에는 안상수 등 글꼴 디자이너의 이야기와 지난 16년 간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아리따 돋움’, ‘아리따 부리’ 등 글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커피 전문점 토프레소는 2019년 3월부터 꾸준히 한글 디자인 컵홀더를 선보이고 있다. ‘봄을 담다’, ‘겨울 한 잔’, ‘여름엔’ 등 계절이 느껴지는 짧은 단어 혹은 문구에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지난 9월에는 새 계절을 맞아 ‘가을과’란 한글 디자인 컵홀더를 공개했다.

해외 브랜드: 나이키, 조 말론, 펩시콜라= 이미지 출처: 브랜드 별 공식 홈페이지
해외 브랜드: 나이키, 조 말론, 펩시콜라= 이미지 출처: 브랜드 별 공식 홈페이지

해외 브랜드도 적극적으로 한글을 껴안고 있다. 2019년 ‘그냥 해’로 화제를 모았던 나이키는 지난 9월 국내 패션 브랜드 카시나와 협업해 ‘덩크 카시나’를 출시했다. 부산에 기반을 두고 출범해 서울로 진출한 브랜드 카시나의 이야기를 제품 디자인에 담아냈다. 특히 제품 정면에서 발등을 덮어주는 부분에 한글로 카시나를 적어 한글 사랑을 뽐냈다.

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은 매년 봄 꽃을 주제로 한 ‘블로썸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올 봄 ‘2020 블로썸 컬렉션’에서는 서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향수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유자 코롱’과 ‘워터릴리 코롱’ 두 가지로 이중 ‘유자 코롱’은 해외 브랜드에서 주로 쓰는 유자의 일본어 표기 ‘유즈(Yuzu)’가 아니라, 한국어 표기인 ‘유자(Yuza)’를 그대로 사용해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펩시콜라는 지난 4월, 한국의 문화에 주목하며 ‘대한민국 컬처 에디션’을 내놓았다. 여기서도 한글은 사신도, 풍물놀이, 탈춤 등과 함께 우리 문화를 상징물로 한 자리를 잡았다. 기쁨, 건강, 행복, 우정 등 좋은 뜻의 단어가 한국어 고유의 조형미를 뽐내며 콜라 캔의 일러스트를 장식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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