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전문지식으로 ‘극한의 직업’ 생생 묘사

손택균 기자 입력 2020-03-17 03:00수정 2020-03-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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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웹툰 시대’ 본격 개막
긴장된 상황에 처하면 미래의 편린을 예지하는 능력이 발동하는 젊은 소방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웹툰 ‘1초’. 의무소방대 근무 경험이 있는 스토리작가 김신희 씨가 현직 소방관들의 도움을 받아 소방구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네이버웹툰 제공
《현직 의사가 최근 의료계 이슈를 반영해 그린 의사 웹툰, 의무소방대를 전역한 작가가 치밀한 현장 취재를 녹여낸 소방관 웹툰…. 철저히 검증한 전문지식을 담은 ‘본격 전문직 웹툰’의 시대다. 이제 ‘병원에서든 소방서에서든 결국 연애하는 만화’는 철지난 얘기가 됐다. 지난해 말 연재를 시작해 독자 평점9.95(10점 만점)를 기록 중인 네이버웹툰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스토리작가 이낙준 씨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다. “수술실에서 사신(死神)과 대결하는 외과의를 동경했지만 고민 끝에 진로를 바꿨다”는 그는 사명감 넘치는 ‘또라이’ 외상외과 의사가 주인공인 웹툰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그려내고 있다.》

“앞서 발표한 동명 웹소설(누적 다운로드 1219만 회)을 만화로 재구성했다. 판타지 장르인 까닭에 현실과 어긋나는 설정이 간혹 있다. 소설의 모티브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의 수기 ‘골든아워’였다. 외상외과의 현실은 정말 너무 갑갑하다. 절대 이뤄질 수 없을 듯한 소망을 창작물에서나마 속 시원히 표출해 보고 싶었다.”

현직 의사인 이낙준 씨가 스토리를 맡은 웹툰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수술실에서 의료인들이 주고받는 전문용어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주인공이 “외상센터 활성화시키라고 정부가 수백억 원을 지원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병원 고위 관계자는 “그건 시설 보수하고 장비 구매할 돈이지 외상센터 적자 메울 돈이 아니야!”라고 쏘아붙인다. 운영 예산 때문에 병원 수뇌부와 갈등을 겪다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직을 내려놓은 이국종 교수가 떠오르는 내용이다. 매회 “탁상행정에 지친 마음을 달래줘서 고맙다”는 의료인들의 응원 댓글이 달린다.

이 작가는 “외상센터 의료진이 영웅처럼 보이는 건 그만큼 의료진의 희생으로 겨우겨우 지탱되는 그릇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대형 병원에서 적자 원흉 취급을 당하는 외상외과 전공의는 교수가 되기도 어렵다. 존재조차 힘겨워진 외상외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웹툰으로 조금이나마 넓히고 싶다”고 했다.


소방관이 주인공인 웹툰 ‘1초’의 스토리작가 김신희 씨는 의무소방대에서 복무하며 교분을 맺은 현직 소방구급대원들의 조언과 현장 자료 지원을 받아 이야기를 쓴다. 그림작가 최광운 씨도 작업실 인근 소방서의 협조로 현장 이미지를 촬영해 디테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소방관 독자들의 지지 댓글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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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긴장하면 약간의 미래를 먼저 보는 능력’을 가진 소방관이다. ‘미리 알았다면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회한을 숱하게 삼킬 수밖에 없는 소방관들의 심정을 짐작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최근 에피소드에는 참혹한 화재 현장에서 희생자의 시신을 마주한 소방관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사연을 다뤘다. 김 작가는 “소방관들의 치료를 위한 복지 시스템이 보다 실질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조선홍보대행사 조대박’은 업무 과실로 사면초가에 처했던 베테랑 홍보대행사 직원이 뜻하지 않게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은 동네 꼬마들을 정보원 삼아 소비자 수요를 분석한 뒤 장터에서 바람잡이들을 동원하고 한정판매 분위기를 조장해 ‘맞춤형 죽부인’을 대량으로 팔아치운다. 그 과정에서 현대의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소개한다. 김양수 작가는 “10여 년 동안 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홍보 담당자들을 자주 만났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이 직업군을 다룬 만화가 국내에 아직 없다는 사실을 알고 도전했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전문직 웹툰 시대#중증외상 센터: 골든아워#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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