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급도 월드투어… 케이팝 위상 확 높아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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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등장 이후 주류로 부상

케이팝 월드투어가 진화하고 있다. 한국 밴드 데이식스가 유럽 투어 중 1월 27일 프랑스 파리 시내 유서 깊은 공연장 ‘카지노 드 파리’ 무대에 선 모습.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케이팝 월드투어가 진화하고 있다. 한국 밴드 데이식스가 유럽 투어 중 1월 27일 프랑스 파리 시내 유서 깊은 공연장 ‘카지노 드 파리’ 무대에 선 모습.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케이팝 월드투어가 진화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빅뱅, 소녀시대 등 2, 3개 톱 그룹이나 누리는 호사였던 월드투어가 케이팝 전반으로 일반화하고 있다. 가요기획사 관계자들은 “때로 우리에게 생소한 가수마저 유럽과 남미 투어를 하는 등 최근 케이팝 공연시장 확대가 두드러진다”고 입을 모은다. 케이팝은 방탄소년단의 등장 이후 세계 공연시장에서 주류 장르로 올라섰다.

케이팝 톱스타의 월드투어는 이제 공룡급으로 커졌다. 방탄소년단의 공연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5월부터 시작하는 유럽과 미주 투어에서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파리 등 8만 석이 넘는 공연장 티켓이 이미 매진됐다. 좌석 수가 약 9만 석에 이르는 웸블리 스타디움은 퀸, 비틀스, 마이클 잭슨 등이 공연한 곳으로 유명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인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블랙핑크는 데뷔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대규모 북미 순회공연 길에 오른다. 국내에서 인기를 쌓고도 수년간 해외의 작은 무대부터 두드려야 가능했던 투어가 신인급에서도 가능해진 셈이다. 블랙핑크는 이달 12일 ‘코첼라 페스티벌’로 투어 포문을 연다. 매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코첼라는 2주간 약 25만 명의 관객이 몰리는 북미 최대 대중음악 축제. 블랙핑크는 이후 북미 6개 도시에서 8회 공연을 이어간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회당 1만 명의 관객이 드는 아레나(경기장)급 콘서트로, 현재 티켓 판매를 시작한 6회 공연에 6만 석이 매진됐다”고 말했다.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올해 초 소속 밴드인 ‘데이식스’와 함께 투어버스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을 도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정 대표는 “투어버스에는 멤버들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영화나 뮤직비디오로 보던 미국,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투어 모습을 체험한 것 같아 믿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데이식스는 올 1월 러시아 모스크바, 스페인 마드리드, 독일 베를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잇는 대규모 유럽 투어를 벌였다. 지난해에는 북미 투어를 했다. 데이식스는 최근 인기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케이팝 내에서 톱스타급은 아니다.

케이팝 월드투어의 성장은 아이돌 가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밴드 ‘혁오’는 지난해와 올해 유럽과 미주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혁오 역시 이달 코첼라 페스티벌에 출연한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에서 단독 공연을 매진시켰다. 혁오가 속한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의 강명진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공연은 사실상 교민들을 타깃으로 했지만 이제는 많은 나라 사람들이 과거 일본 문화에 열광했듯 음식, 패션까지 한국 문화 전반을 독특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한국 가수의 현지 공연 담당자도 교민 프로모터에서 현지 에이전시로 바뀌었다.

케이팝 월드투어의 성장은 세계 공연 시장 성장과도 맞물렸다. 세계 최대 콘서트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콘서트 시장은 8년째 성장세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회계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세계 공연시장이 매년 3.3% 이상 성장해 2022년 310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디지털 음악 스트리밍 시장(230억 달러·약 26조 원)을 압도하는 규모다.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은 “국내 지상파 TV 출연도 어려운 신인 팀들까지 중남미 여러 개 도시 투어를 하는 일이 흔해졌다”며 “‘버닝썬 사태’의 여파가 있지만 케이팝 브랜드가 공고해진 데다 ‘마이뮤직테이스트’ ‘메이크스타’ 등 해외 공연 수요를 파악해주는 플랫폼이 발달하고 현지 프로모터와의 연계가 강해짐에 따라 월드투어 활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케이팝#아이돌#월드투어#데이식스#블랙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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