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미생물과의 공생위해 식물도 밀당을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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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류충민 지음/268쪽·1만6500원·플루토

부제인 ‘똑똑한 식물과 영리한 미생물의 밀고 당기는 공생 이야기’가 책의 온전한 개요를 전달한다. “식물은 지적 생물이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 이 책은 외부 자극에 대한 식물의 대응을 다루며, 이것을 가능하게 한 미생물과의 오랜 동행을 소개한다.”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은 감자밭에 변을 섞는다. 원작 소설에서 이는 단지 영양분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자의 생육에 필요한 미생물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식물과 미생물의 공생 중 가장 알려진 것은 콩에 기생하면서 공기 중 질소를 붙잡아 공급하는 ‘뿌리혹박테리아’의 사례다. 콩은 대가로 뿌리혹박테리아에게 안온한 집을 주고 영양분도 제공한다. 둘의 관계가 늘 편한 것은 아니다. 콩과 식물은 ‘손님’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억제하고, 늘 ‘신분증’을 요구하며 불편한 단계에 이르면 가차 없이 손님을 죽여 버린다.

식물과 미생물의 협업과 적대관계에 곤충이 개입하는 사례, 작물의 생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면역에 드는 스트레스를 적당히 줄여주어야 한다는 연구결과 등이 흥미롭게 읽힌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식물과 미생물의 공생관계를 하나의 큰 유기체로 보아야 한다는 ‘홀로바이옴(holobiome)’이라는 개념을 전한다.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류충민#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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