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동시대 살아 움직이는 현대미술을 보는 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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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대상-2000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강수미 지음/484쪽·2만5000원·글항아리

U자형 하프파이프(half-pipe) 모양의 흰색 구조물, 그 위에 화려한 색의 물감 덩어리가 폭발하듯 흩어져 있다. 마치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넘버 20’처럼…. 그 위에 선 흰색 유니폼을 입은 소년 한 명이 발끝으로 물감 묻은 축구공을 연거푸 튕긴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올해의 작가 2016’ 출품작 ‘악어강 위로 튀기는 축구공이 그린 그림’ 이야기다.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함경아 작가의 ‘악어강…’을 시작으로 2000년 이후 한국 미술에서 눈여겨볼 만한 작가 32명의 작품을 골라 미술비평 집합체를 내놓았다. 단순한 비평이 아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작가의 철학, 작업과정, 작품의 의미와 해석, 동시대적 가치 등을 풀어낸다. 저자의 비평을 읽고 다시 작품의 이미지를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던 의미가 ‘보물찾기’하듯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악어강…’ 작품 속 그저 앳돼 보였던 소년이 북한을 탈출해 라오스의 ‘악어강’을 건너 한국에 망명한 소년임을 알게 됨과 동시에 작품이 단순한 아트 오브제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미술비평가로서 현장 비평을 활발히 해온 저자는 배병우, 강홍구, 우순옥 등 중견 작가뿐만 아니라 함경아 등 주목할 만한 전시를 이어오고 있는 작가, 전채강 등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동시대의 살아 움직이는 예술가들의 작품론을 펴놓는다. 저자는 제목에서 밝혔듯 이 작가들의 작품을 ‘까다로운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들이 미술 비평가나 관객의 영향권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키는 존재라는 점에서다.

흥미로운 비평만큼이나 책 곳곳에 수록된 현대미술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의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까다로운 대상#강수미#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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