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광장서 환호하는 인파’… 광복 직후 서울의 모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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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희귀 영상 3편 공개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모습과 1945년 9월 광복 당시의 상황 담겨

‘서울역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깃발을 들고 서 있다. 성조기와 영국 국기 그리고 중국 국민당 깃발을 든 사람도 있다. 역 앞에 도착한 호주 연합군을 향해 조선인들은 저마다 쥐고 있는 깃발을 흔들며 환호한다.’

광복 직후 서울역광장. 호주 연합군 정보국이 촬영한 영상에 담겨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광복 직후 서울역광장. 호주 연합군 정보국이 촬영한 영상에 담겨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광복 직후 서울역광장의 모습이다.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된 호주 연합군과 서울 시민이 함께 기뻐하는 모습이 흑백 영상에 그대로 담겨 있다. 김선호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당시 조선인들이 광복의 주체를 다양하게 특정했음을 볼 수 있다”며 “반면 북한 인민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소련기를 갖고 환영했다”고 설명했다.

1930년대 식민지 조선과 광복 직후 경성(京城)의 모습을 보여주는 희귀영상 3편이 공개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8일 지난해 외국에서 수집한 영상 89편 중 사료적 가치가 높은 3편의 기록 영상을 공개했다. △1930년대 군산 △1935년 조선 기행기 △1945년 광복 직후 조선에 관한 영상이다.

종로 일대를 가로지르던 노면 전차.
종로 일대를 가로지르던 노면 전차.
1945년 광복 직후 호주 정보국이 촬영한 서울의 모습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9월 8일부터 나흘간 제작된 이 영상에는 항복 문서에 서명하는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 조선 총독의 모습부터 포로수용소의 호주 연합군, 광복의 기쁨을 누리는 조선인들의 모습 등을 담고 있다. 특히 1분여의 항공촬영 영상에서는 광복 당시의 경기도와 서울을 조망할 수 있다. 서울역, 조선총독부, 광화문, 시청 일대뿐 아니라 노면 전차를 이용하는 일반인의 모습까지 담겼다.

일제 곡물 수탈의 거점이었던 1930년대 군산의 모습도 공개됐다. 미국 컬럼비아대 동아시아도서관에서 제공받은 이 영상은 일제 식민지 선전용으로 제작됐다. 영상에는 군산항, 군산 도립의원, 전북 수리조합 군산출장소 등 근대 양식을 따른 건축물이 여럿 나온다.

현대 도자예술을 이끈 3대 도예가 중 한 명인 버나드 리치가 1935년 조선의 울산, 경주, 경성, 금강산 등을 여행하며 제작한 영상도 공개됐다. 현재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에서 열렸던 읍내장과 경주 불국사, 석굴암 등 문화재를 볼 수 있다. 조선의 전통문양에 관심이 많았던 리치는 처마 선과 문양 등을 확대해 촬영했다.

한국영상자료원 장광헌 수집부장은 “오늘 공개한 3편의 영상은 광복 직후 우리나라 모습과 포로수용소 등의 내용을 상세히 보여준다”며 “근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한국영상자료원#광복 직후 경성의 모습#버나드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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