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생산 망각하면 역사학은 훗날 ‘굶게’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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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역사학대회 28, 29일 열려… ‘기록의 생성과 역사의 구성’ 주제
“역사학 원점 돌아가 근본적 성찰”

지난해 10월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역사학대회. 전국역사학대회협의회 제공
지난해 10월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역사학대회. 전국역사학대회협의회 제공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면 역사학에서 볼 때 기록이 생성되지 않은 것이다. 역사학은 기록이라는 원천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산다. 원천이 메말라 버리면 역사학은 무엇을 마시고 살 것인가.”(이승휘 명지대 교수)

 정부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소지를 알고도 지원 결정을 내린 과정에 대해 훗날 역사가들은 “청문회에서도 회의록이 제출되지 않았다”고만 쓰게 될까?

 역사학계의 최대 연례 학술행사인 제59회 전국역사학대회가 28, 29일 서울여대(서울 노원구 화랑로) 50주년기념관에서 ‘기록의 생성과 역사의 구성’을 공동 주제로 해서 열린다. 역사학대회 회장을 맡은 정연식 서울여대 사학과 교수(역사학회 회장)는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역사학의 원점으로 돌아가 근본적인 성찰을 하자는 취지”라고 주제를 설명했다.

 “이 말은 기록하지 말라”란 왕의 말까지 기록했던 조선의 기록문화가 근대에 들어서서는 어쩌다 오히려 쇠퇴했을까. 이승휘 교수는 28일 발표 예정인 ‘동아시아 기록관리체제와 역사학’에서 기록 관리 후진성의 원인 중 하나를 근대 일본의 기록관리에서 찾았다. 일본 정부와 관련된 관학(官學) 역사학이 학문 영역을 막부 말기까지로 한정하면서 식민지 조선의 역사학도 당대 기록의 생산과는 단절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발표문에서 “근대 국가의 기록관리는 국가가 자신의 행위를 기록으로 증명하고, 국민은 증거로서의 기록에 대한 열람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 것”이라며 “기록의 생산을 망각하면 역사학은 훗날 ‘굶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우 한신대 교수는 발표문 ‘기록관리와 역사연구의 최근 경향’에서 ‘아키비스트’(기록관리자)의 육성, 공공 아카이브가 민간 기록도 아우를 것 등을 제안한다. 또 ‘조선왕조의 호적과 재정 기록에 대한 재인식’(손병규 성균관대 교수) ‘한국 현대사 연구에서 구술사 기록의 탄생과 역할, 과제’(김귀옥 한성대 교수)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사회를 맡은 김호 경인교대 교수는 “기록 축적과 해석에 관해 깊이 있게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문별 발표와 토론도 대회 기간에 이뤄진다. 주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기록과 역사적 전망’(한국사부) ‘임진왜란과 역사기록·역사연구’(사학사부) ‘과학의 기록, 기록의 과학’(과학사부) 등이다. 이번 대회는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동양사학회 한국고고학회 등 20개 학회·학술단체가 참여하고 역사학회가 주관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역사학대회#기록의 생성과 역사의 구성#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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