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 만난 조선 선비의 대륙 종횡 오디세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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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제주박물관 ‘뜻밖의 중국견문’ 展

중국 항저우∼베이징 대운하를 그린 중국 청나라 작품 ‘경항도리도(京杭道里圖)’.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중국 항저우∼베이징 대운하를 그린 중국 청나라 작품 ‘경항도리도(京杭道里圖)’.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선비 중 유일하게 중국 베이징(北京)∼항저우(杭州) 대운하를 종단한 것으로 확인되는 최부(1454∼1504)의 148일간의 좌충우돌 여행기록이 공개된다. 국립제주박물관은 1488년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중국 남부지방에 표류한 그가 고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여정을 다룬 ‘조선 선비 최부, 뜻밖의 중국 견문’ 특별전을 21일 개막했다.

조선 성종 때 문신으로 제주도에 관리로 부임한 최부는 부친상을 당해 일행 42명과 함께 배를 타고 나주로 가던 도중 거센 풍랑을 만났다. 겨우 목숨을 건져 중국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 부에 닿은 최부 일행은 해적에게 잡히는 등 갖은 고초를 겪었다. 그는 조선 관료 신분을 인정받고 대운하를 통해 항저우에서 베이징까지 이동한 뒤 다시 육로로 조선에 돌아왔다. 중국 명나라 당시 강남과 강북, 요동지역을 모두 가본 조선인은 최부 일행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외적의 정탐을 막는다는 취지로 외국인들의 강남 지역 여행을 금지했다.

최부는 조선에 돌아오자마자 부친상도 미룬 채 왕명에 따라 자신의 여행기록을 정리해 ‘중조문견일기(中朝聞見日記)’로 남겼다. 30년 뒤 중종 때 ‘표해록(漂海錄)’으로 간행됐는데, 일본에까지 전해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대 소장본과 일본 번역본까지 총 8종의 표해록 관련 서책을 선보인다.

특히 최부가 표해록에서 다룬 당시의 생활문화를 고증하기 위해 중국 저장성박물관에서 오량관(五梁冠·고위직 관원이 머리에 쓰던 관) 등 명나라 복식과 그림, 조각 등 각종 유물을 대여해 왔다. 내년에는 같은 전시가 중국 저장성박물관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10월 4일까지. 064-720-8102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뜻밖의 중국견문#경항도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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