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묵직한 절집 얘기, 달달하고 재밌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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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절로 가는 사람/강석경 지음/272쪽·1만3500원·마음산책

‘숲 속의 방’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강석경 씨의 수필집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 그가 예전부터 불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건 알았지만 절집 얘기를 본격적으로 쓴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책과 함께 온 자료에는 문학적, 종교적 산문이라고 돼 있지만 기자의 눈에는 스님을 비롯한 절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인터뷰 집처럼 보였다. 취재원을 한번 보고 그친 게 아니라 오랜 시간 공들여 만났다. 그래서 ‘생(生)은 자기를 찾아가는 구도’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글은 달달하고 재밌다. 취재원의 말과 근황을 풀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절의 유래도 넣고 옛 고승의 법문도 넣고 요즘 시인의 시도 넣고 작가의 깨달음도 넣고 해서 감칠맛을 냈다.

인터뷰 대상자도 고승대덕만은 아니다.

송광사의 살림을 맡은 인석 스님, 행자 세계에서 가장 군기가 세다는 해인사의 혜인 행자, 재가 불자인 자연과학자 박문호 박사, 비구니 사찰인 화운사 주지 선일 스님, 불화를 그리는 통도사의 송천 스님 등 다양하다. 구도에 몸을 던져 하심하고 정진하는 이들의 소소하지만 지극한 얘기를 담았다. 여기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아픈 개인사를 치유한 얘기도 들어 있다.

책에 들어 있는 한 비구니 스님의 오도송(悟道頌·도를 깨달은 뒤 읊는 시)은 책의 느낌을 잘 표현해준다.

‘종일 봄을 찾아 헤매었지만 봄을 찾을 수 없어라/짚신이 다 닳고 용두산 구름이 덮인 곳까지 헤매었네/지쳐서 집으로 되돌아와 보니 매화 가지에 매화꽃이 방긋 웃네/이제 봄이 온 시방(十方)에 두루 와 있음을 알았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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