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코 끝 찡해지는 ‘이 시대 아버지의 삶’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3월 5일 06시 40분


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2’는 이 시대에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억지스런 감동, 과장된 유머를 기름 짜듯 쪽 빼내 담백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극단 모시는사람들
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2’는 이 시대에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억지스런 감동, 과장된 유머를 기름 짜듯 쪽 빼내 담백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극단 모시는사람들
■ 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2’

가족을 위해 늘 희생하는 아버지 삶 그려
국제시장 덕배와 오버랩…뭉클한 이야기


보는 내내 영화 ‘국제시장’이 잔상처럼 지나갔다. 코딱지만한 가게에서 반평생을 보내며 자식을 키운 덕수, 대형 체인 세탁점에 밀려 하루 밥벌이조차 벅찬 세탁소 주인 강태국의 삶은 한 뼘 차이도 나지 않아 보였다.

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2’는 작은 작품이다. 작고 소박하고 잔잔하다.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조근조근 관객의 귀에 속삭일 뿐이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동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선한 남자 강태국(승의열 분), 세탁소만으로는 생활비가 모자라 새벽부터 빌딩청소 용역을 나가는 아내(김민체 분), 부모의 주머니 사정이 뻔한 것을 알고 대학진학 대신 공무원시험을 치겠다고 독서실에 가는 딸(정혜지 분), 아내와 자식에게 쫓겨나 고시원에서 홀로 사는 친구(정종훈 분).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2’는 대충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난하지만 선하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의 일상이 돌멩이가 되어 관객의 마음에 퐁당 던져진다. 잔잔한 물결이 일어난다.

‘이 시대에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곱씹게 된다. 어머니에 가려졌던 ‘아버지’의 마음이, 사랑이, 가족을 위한 몸부림이 따가우면서도 따뜻하다.

아버지 강태국은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어두운 객석을 향해 외친다. “저, 괜찮은 거지요?”

사실은 괜찮지 않을 것이다. 형의 병원비는 여전히 모자라고, 딸의 보험은 깨야할 처지이고, 아내는 밤마다 몸이 쑤시다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세탁소 건물은 재개발로 헐리기 직전이다. 극중 시도 때도 없이 새어나오는 방귀는 그의 건강에도 심각한 신호가 울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래도 주인공은 활짝 웃으며 외친다. “저, 괜찮은 거지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야 하는 것’이 요즘 아버지들의 삶인지 모른다. 가난하고 힘없는 아버지들의 어깨를 다독이는 연극이다. 올해도 다가오는 아이 생일에 최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N사의 운동화를 사줄 수 없는 아버지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힘들 내십시다. 좋은 날이 오겠지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