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육감을 과신하지 말라… 독심술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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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다는 착각/니컬러스 애플리 지음/박인균 옮김/335쪽·1만4000원·을유문화사

여자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왓 위민 원트’. 저자는 상대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 “짐작하기보다 직접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동아일보DB
여자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왓 위민 원트’. 저자는 상대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 “짐작하기보다 직접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동아일보DB
소설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초능력이 독심술이다. 그만큼 타인의 생각과 기분을 읽어내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시간 여행 능력과 함께 갖고 싶은 능력 1위에 올랐다. 사실 이 능력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른바 육감이다. 직관을 통해 타인의 의중을 파악하고 상대의 행동이나 표정을 힌트 삼아 숨은 뜻을 읽기도 한다.(소개팅 상대의 눈썹 움직임이나 다리 꼬는 자세를 호감의 증거로 해석하지 않나.)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행동과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마음 읽기 능력의 한계와 오류에 대해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상당부분 육감을 과신한다. 실제로 연인을 대상으로 상대를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와 실제를 비교한 실험 결과는 흥미롭다. 연인 중 한 사람은 자신의 자존감, 자질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애인이 어떻게 답할지를 예측했는데 5지 선다형 문제에서 약 44% 일치했다. 아무 생각 없이 찍을 확률(5분의 1·20%)보단 높지만 상대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었던 수준(82%)에 비하면 턱없이 못 미치는 결과다.

저자는 우리 뇌가 자주 일으키는 착각을 설명하고 이를 통한 잘못된 마음 읽기가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준 사례를 들려준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대피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들에 대해 많은 미국인이 ‘어리석다’며 비판했지만, 사실 이들 중에는 자동차가 없거나 가족수가 많아서 다른 장소로 대피하기 어려웠던 이가 많았다. 상황과 맥락을 모르고 자신의 시각으로만 타인의 행동을 해석해 사태의 원인을 오인한 것이다.

이 책에서 독심술 비법을 배우려고 해선 안 된다. 우리가 저지르는 많은 오류나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함, 혹은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란 관념이 섣부른 육감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과신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진단을 배워야 한다. 원제 ‘Mindwise’.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독심술#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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