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4단 “철녀 꺾고 궁륭산 정상 오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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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루이 9단과 中궁륭산배 결승
‘외목 포석’ 연승… 첫 세계타이틀 도전… “3년전 女기성전 패배 설욕” 자신감

최정 4단
최정 4단
중국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 시의 궁륭(穹륭,) 산은 춘추전국시대 손무가 은거하며 손자병법을 지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중국인들은 ‘지혜의 산’으로 부른다. 쑤저우 시는 병성(兵聖) 손무와 궁륭 산을 알리기 위해 5년 전 궁륭산병성배를 만들었다. 세계 여자바둑대회로는 유일한 개인전. 대국 장소도 손무서원이다.

올해 참가 인원은 16명. 중국 6명과 한국 일본 3명씩, 대만 홍콩 러시아 캐나다 1명씩이다. 한국 대표팀은 이례적으로 모두 10대다. 최정 4단(18)과 김채영 2단(18), 오유진 초단(16). 최정은 국내 여자랭킹 1위 자격으로, 김채영과 오유진은 선발대회를 통해 뽑혔다. 궁륭산배 1, 2회 우승자인 박지은 9단은 선발전에서 이들에게 밀려 탈락했다.

김채영과 오유진은 본선 1회전(16강전)에서 각각 중국의 차오유인(曹又尹) 3단과 일본의 여류 1인자 셰이민(謝依旻) 6단에게 패해 탈락했다. 최정만 약체 캐나다 대표를 이기고 8강에 진출했다.

루이 9단
루이 9단
최정은 이후 8강전과 4강전에서 외목 포석으로 연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8강전에서는 차오유인에게 흑을 잡고 양 외목 포석으로, 4강전에서는 루자(魯佳) 2단을 상대로 백을 쥐고 역시 외목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김성룡 국가대표 전력분석관은 “최정이 요즘 실력이 늘면서 자기 색깔의 바둑을 두려 한다”며 “외목 포석을 쓴 것은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있으면서 실전과 연구를 통해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초반 포석이 느렸으나 상비군 훈련과 퓨처스리그를 통해 단단해졌다는 말도 듣는다.

최정의 결승 상대는 루이나이웨이(芮乃偉·51) 9단. 루이 9단은 1일 열린 4강전에서 위즈잉(於之瑩·17) 4단을 눌렀다. 위즈잉은 올 초 신인왕전에서 리친청(李欽城)을 2-1로 누르고 우승한 강자. 한국기원 주변에서는 “최정은 위즈잉에게 5연패를 당했기 때문에 루이가 오히려 해볼 만한 상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루이가 누군가. 1999년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하면서 2012년 1월 중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세계대회 8차례를 비롯해 33차례나 우승한 철녀(鐵女)다. 귀국한 뒤 2년 동안은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실수가 거의 없어 ‘지지 않는’ 바둑을 두고 있다는 평. 중국 여자 바둑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삼성화재배에서도 본선 16강에 진출했다. 50이 넘은 나이에도 중국 국가대표로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로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최정은 루이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입단 1년 5개월 만인 2011년 10월 부안에서 열린 여류기성전 결승전에서 루이에게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최정이 3일 결승전에서 그때의 빚을 갚고 생애 처음 세계타이틀을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승상금은 25만 위안(약 4100만 원).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궁륭산배#루이#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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