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마음을 담은 바느질… ‘명품 옷’ 안부럽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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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지혜라 글, 그림/36쪽·1만1000원·보림

보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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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을 해 본 기억이 얼마일까요? 간혹 새로 태어날 아기의 물건이나 작은 소품들을 손바느질로 직접 만드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제 손으로 만드는 경우는 정말 드물지요. 어느 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장인이나 할 일이 돼버렸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옷을 입기 시작한 건 100년도 안 되었는데요. 이전엔 다들 집에서 손으로 직접 바느질해 만든 옷을 입었으니 집집마다 옷 장인들이 있었던 셈입니다. 손끝에서 태어난 옷들은 만들기 전부터 누군가의 옷으로 정해집니다. 바느질을 하는 동안 한 땀 한 땀마다 이야기가 깃들지요. 따스하고 사려 깊은 마음, 배려와 정성이 깃든 물건이 주는 안온함은 어떤 것에도 견줄 수 없는 가치일 것입니다.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는 할머니 댁을 찾은 슬이에게 할머니와, 또 할머니의 할머니가 ‘직접 지은 옷’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전통 화각장에 대한 살뜰한 안내서에 이은 전통 바느질과 자수에 관한 지혜라 작가의 관심이 고스란히 담긴 책입니다. 할머니에게는 할머니의 할머니들로부터 전해져 온 보따리가 다섯 개 있습니다. 보따리마다 그 안에 스민 깊고도 아련한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천 조각 백 개를 오목조목 이어서 만든 알록달록 빛깔 고운 조각보는 전쟁을 겪으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슬이 할머니의 어린 시절 추억들입니다. 만든 지 백 년도 더 되었지만 촘촘하고 깔끔한 만듦새가 놀라운 삼회장저고리와 남치마, 오색 비단 띠로 만든 색동 굴레, 모란꽃을 정성스럽게 수놓은 자수 가리개, 그리고 솜을 두둑이 넣어 정성껏 누빈 옥색 두루마기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냅니다. 보따리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꼼꼼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글과 그림은 어떤 안내서보다 알찹니다. 바느질과 자수 기법에 대한 설명도 있어 천과 바늘과 실이 있다면 당장 옷 한 벌 만들 수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눈썰미가 좋은 아이들이라면 이 책을 참고로 인형 옷을 만들겠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바느질용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놓치지 마세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바느질#배려#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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