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위에 가야금산조로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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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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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빈 음악마켓 ‘클래시컬: 넥스트’ 참가하는 전통음악 작곡가 임준희 교수

다음 달 창작 국악 작품을 들고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마켓에 참가하는 작곡가 임준희 교수. 그는 “현대음악을 10년 넘게 쓰면서 스스로도 거기서 기쁨과 공감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내 진심을 담은 음악을 찾다보니 한없이 아름다운 우리 음악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뮤직서비스 제공
다음 달 창작 국악 작품을 들고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마켓에 참가하는 작곡가 임준희 교수. 그는 “현대음악을 10년 넘게 쓰면서 스스로도 거기서 기쁨과 공감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내 진심을 담은 음악을 찾다보니 한없이 아름다운 우리 음악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뮤직서비스 제공
작곡가 임준희(54·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는 다음 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마켓 ‘클래시컬: 넥스트(Classical: NEXT)’에서 자신의 작품 3편을 선보인다. 이 행사는 대표적인 월드 뮤직 마켓인 워맥스(WOMAX)에서 클래식 음악을 분리해 지난해 뮌헨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그동안 워맥스를 비롯한 월드뮤직 마켓에는 ‘바람곶’ ‘들소리’ ‘거문고팩토리’ 등 국악 연주단체들이 활발하게 참가하면서 성과를 거뒀으나 작곡가가 중심이 돼 이런 시장에 참가하는 것은 임 교수가 처음이다. 이번 클래시컬 넥스트 쇼케이스에는 전 세계에서 100여 팀이 응모해 8팀이 최종 선정됐으며, 그중 작곡가를 앞세운 팀은 임 교수가 유일하다.

그는 “우리 음악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한두 차례 음악회를 여는 것보다 뮤직 마켓에 참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면서 “싸이의 음악뿐만이 아니라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져 연주되는 우리 음악을 널리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5월 31일 빈의 포기&베스 클럽에서는 그의 작품인 ‘댄싱 산조’, 가야금 독주곡 ‘혼불-젖은 옷소매’, ‘아리랑 산조’가 울려 퍼진다. 2006년 하노버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2011년 독일 정부에서 ‘젊은 예술가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윤홍천,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 서울대 국악과 교수가 이 무대에 선다.

서양음악을 전공한 임 교수는 내재된 한국의 정서를 음표마다 심어 현대적인 한국음악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가야금과 바이올린, 피아노를 위한 ‘댄싱 산조’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인 스베틀린 루세브가 2008년 독주회를 위해 위촉한 작품이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현대적이고 객관적인 음색 위에서 가야금이 산조 리듬과 농현(떨림음)을 타면서 자유자재로 노닌다.

“유학 시절(미국 인디애나대 음대) ‘미국의 음악적 전통은 기껏해야 100∼200년이다. 수천 년에 이르는 한국의 엄청난 유산을 두고 왜 서양의 것을 모방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몰라요. 영혼이 깃든 음악을 찾아 탐구하다 보니 결국 아버지 어머니가 물려주신 우리 전통음악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클래시컬: 넥스트’ 참가를 계기로 그는 오랜 꿈을 또 이뤘다. 행사 주최 측에서 “참가작의 작품 번호가 몇 번이냐”고 물어온 것이 계기가 됐다. 아직 국내 창작 환경에서 저작권의 체계적인 관리는 쉽지 않은 일. 임 교수도 악보를 우편이나 파일로 보내달라는 요청에 시시때때로 시달려온 터였다. 그는 이달 초 120곡의 작품 목록을 총 정리한 카탈로그를 책자로 펴냈다. 작품 목록을 갖춘 국내 1호 작곡가가 됐다. 악보 판매 및 임대도 전문 업체를 통해 한다.

“국악의 해외 수출이나 콘텐츠 관리 모두 작곡가들이 작품으로 먹고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입니다. 연주자나 연주단체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음악 콘텐츠를 갖추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니까요. 한국의 문화적 가치와 잠재성을 더 끄집어내기 위한 길은 결국 창작입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클래시컬: 넥스트#임준희#가야금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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