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광 이인화 교수가 들려주는 ‘게임 대학원’ 면접 일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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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님 오셨다” 교수들 넙죽
게임광 이인화 교수가 들려주는 ‘게임 대학원’ 면접 일화

최근 장편 ‘지옥설계도’(해냄)를 펴낸 이인화 이화여대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온라인 게임광이다. 42시간 동안 게임을 하다 병원에 실려 간 일도 있다.

게임과 밀접한 학부 특성상 같은 학부의 교수들도 대부분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특히 ‘와우’(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교수들 사이에선 기본 게임에 속한다. 이 교수는 얼마 전 신작 기자간담회에서 학부 신입생 면접시험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2006년 11월의 입학 면접일. 한 학생이 면접실에 들어왔는데 ‘와우를 즐겨한다’는 자기소개서의 문구가 심사 교수들의 눈에 들어왔다. “직업이 뭡니까.” 교수가 묻자 학생은 당황했다. “학생인데요.” “아니, 와우에서의 직업이 뭡니까.” 학생은 그제야 질문의 뜻을 알아들었다. “사제입니다.”

당시 와우 유저 사이에서는 사제의 기술인 ‘연쇄치유’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연쇄치유는 동료 유저들의 체력을 올려주는 기술이다. 교수는 “‘연치’(연쇄치유)를 찍었습니까”라고 물었고, 학생은 “2포인트를 찍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고(高)레벨에 속한다.

본인들이 즐겨하는 게임 속 고수를 만난 교수들은 존경의 눈빛으로 학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디 서버에 계십니까? 서버 이전되는 거 아시죠? 저희 서버로 옮겨주세요.” 심사위원들은 높임말을 써가며 면접생을 극진히 예우했다.

그동안 ‘게임폐인’이라며 손가락질 받던 학생은 뜻밖의 환대에 감격해 눈물을 쏟았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군요. 제가 여기에 뼈를 묻겠습니다….”

이 학생은 약속대로 이 학부 졸업 후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의 근황을 전하며 흐뭇해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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