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달력-소행성 충돌설 얽혀 올해의 출판 키워드는 ‘불안’
종말론 학술적으로 풀고 문학선 극단적 고립감 다뤄
천문학자들은 “올해 지구와 충돌할 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행성충돌 멸망설’을 일축한다. 화성과 달 크기의 두 행성이 충돌하는 상황을 그린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2012년은 종말이 ‘예고’된 해다. 고대 마야인의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는 ‘마야 달력 종말론’이나 2012년 말 미지의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해 인류가 멸망한다는 ‘플래닛 X 충돌설’이 그럴싸하게 나돌았다. 미국 디스커버리채널이 신년 특집으로 2012년 종말론을 다루기도 했다.
정치와 경제위기로 사람들의 불안심리가 고조되는 분위기를 타고 국내 출판계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종말과 범종교적 의미의 영성(靈性)을 다룬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포칼립스 2012’ ‘2012 지구 대전환’ ‘2012년 지구 멸망’ 등이 대표적이다.
문학과지성사의 최대연 씨는 “최근 몇 년간 종말론은 출판계의 중요한 화두였지만 실제로 2012년이 다가오면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종말론을 소개하기보다는 종말론을 학문적으로 엄밀하게 연구하는 책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출판사가 지난해 말 출간한 ‘종말론’은 종말론을 둘러싼 서구 3000년의 역사를 종교 철학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연구한 논문 12편을 소개했다.
문학 분야에서도 ‘종말 문학’이 하나의 장르로 위치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종말 문학 걸작선’과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2’(이상 황금가지), ‘SF 명예의 전당 4’(오멜라스), ‘로보포칼립스’(문학수첩) 등은 종말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들이다. 황금가지 김준혁 부장은 “종말 문학에는 종말 자체보다는 종말 이후 살아남은 주인공이 사투를 펼치는 상황이 등장한다. 인류가 멸망한 지구에 홀로 남았다는 극도의 고립감이 현대인의 고독감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종말 문학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의 종말 문학을 소개해온 황금가지는 올해의 경우 현재진행 중인 제1회 종말문학공모전 당선작을 포함해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영성 관련 책도 다수 나올 예정이다. 영성이란 특정 종교를 떠나 인간을 초월하는 영적 존재를 지향하는 정신을 뜻한다. 2007년부터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혁명’ 같은 영성 분야의 책을 출간해온 민음사의 임프린트(출판사 내 독자 브랜드) 판미동은 올해 데이비드 호킨스 전집을 포함해 20여 종의 영성책을 펴낼 계획이다. 김영사도 영성 분야를 다루는 임프린트를 론칭하고 프랑스 종교철학자 프레데리크 르누아르의 ‘신’을 시작으로 올해 안으로 관련 책을 10권 이상 내기로 했다. 쌤앤파커스는 UFO와 초고대문명(선사시대 이전에 현대 문명 이상으로 발달한 문명이 존재했다고 믿는 가설)을 연구해온 맹성렬 우석대 교수의 저서를 곧 발간한다.
왜 종말과 영성일까. 판미동의 이현정 차장은 “21세기 이후 종교의 권위와 신뢰가 떨어지면서 범종교적인 영성을 다룬 책이 현대인의 불안을 치유하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신세계사와 고려원 등에서 영성 관련 책을 30년 넘게 펴낸 프리랜서 기획자 안홍균 씨는 “2000년 이후 종말과 영성을 다룬 책은 꾸준히 출간됐지만 올해는 지속적인 경제 불안에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가 더해져 관련 분야의 책들이 특수를 노리고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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