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음악계의 빅리거’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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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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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레이블 DG와 음반 계약

서울시립교향악단이 7일 독일 도이체그라모폰(DG)과 음반 발매 계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서울시향의 김주호 대표이사, 정명훈 예술감독, DG의 모기업인 유니버설뮤직그룹의 코스타 필라바키 부사장.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이 7일 독일 도이체그라모폰(DG)과 음반 발매 계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서울시향의 김주호 대표이사, 정명훈 예술감독, DG의 모기업인 유니버설뮤직그룹의 코스타 필라바키 부사장.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환하게 웃었다.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아시아 오케스트라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적 음반 레이블인 독일 도이체그라모폰(DG)과 음반 발매 계약을 맺은 뒤였다. “이 이상 기쁠 수 없습니다. 한국 야구팀이 메이저리그에 초대된 기분입니다.”

서울시향은 7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레스토랑에서 DG와 5년 동안 매년 2장씩 음반을 발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DG는 전 세계 클래식 음반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레이블. 1898년 창립된 뒤 테너 카루소, 베이스 샬랴핀과 같은 레코딩 초기 산업의 거장부터 지휘자 푸르트벵글러, 카라얀까지 최정상급 음악가들의 음반을 내왔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국내 음악팬들에겐 ‘카라얀의 노란딱지’로 불리며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등을 거느린 음반사로 부동의 명성을 쌓아왔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1990년 DG와 계약했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관현악단 등 세계 정상급 악단의 연주를 이 레이블에서 음반으로 내놓았다.

정 예술감독은 “(이번 계약으로) 큰 한 걸음을 올라왔다. 레코딩이나 세계 투어를 많이 해서 진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2005년 서울시향에 취임하면서 5년 안에 아시아 정상, 10년 안에 세계 정상권 돌입을 목표로 세웠다. 이번 계약으로 약속의 절반은 지킨 셈이다.

코스타 필라바키 유니버설뮤직그룹 부사장은 “1982년 정명훈 감독을 처음 봤고 오랜 신뢰가 있었다. 한국 음악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계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클래식의 중심은 유럽이었지만 미래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서울시향의 새 앨범은 일본 독일 영국 등 45개국에서 판매될 것이며 우리 회사로서도 중대한 프로젝트이다. 세계 투어도 진행할 생각이다. 우리 레코딩 가운데서 톱 셀러(Top Seller)가 될 것이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레코딩 프로듀서인 마이클 파인 전 DG 부사장의 주도 아래 드뷔시, 라벨을 비롯한 프랑스 레퍼토리와 말러 교향곡 1, 2번 녹음을 마치고 현재 마스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 첫 앨범의 수록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 9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정 예술감독은 유명 작곡가들의 작품을 놓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경쟁하는 것에 대해 “음악이라는 게 ‘누가 잘하냐’도 있지만 ‘각자 표현하는 소리가 다른 것’도 있다. 우리만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의 임기는 올해까지지만 이번 앨범은 이와 상관없이 진행된다. 정 예술감독과 서울시향, DG의 3자 계약이기 때문. 정 예술감독은 서울시향과의 재계약에 대해 “여러분이 원하고, 제가 도움이 될 때까지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둘 것”이라고만 말했다.

서울시향은 5월 9∼12일 일본 투어를 앞두고 있다. 김주호 대표이사는 “단원들에게 건강상의 큰 위협이 없는 한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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