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동물 위한 병원·· 미용실·· 호텔·· 유치원·· 여기가 ‘동물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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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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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토털 케어 서비스’

반려동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이리온은 미용실부터 호텔까지 각종 서비스 시설을 갖추고 있다. 왼쪽부터 미용실, 반려동물 용품 쇼핑코너, 애견 호텔.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층 한쪽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호텔도 마련돼 있다. 4가지 크기의 방으로 이뤄진 호텔은 방마다 온돌과 환기 시스템은 물론이고 공기청정기도 설치돼 있다. 특히 이리온에 하나밖에 없는 스위트룸은 고시원 방만 한 5m² 넓이에 벽걸이 TV와 쿠션 등도 갖췄다. 닭장만 한 일반 애견 호텔에서는 수용하기 힘든 대형견용이다. 여러 마리의 반려동물도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스위트룸에 묵는 반려동물에게는 전담 스태프가 딱 달라붙어 관리를 해준다. 이리온은 4kg 이하의 반려동물이 이용할 수 있는 객실 15개와 4∼8kg 정도를 위한 객실 12개, 2.2m²(약 0.6평) 규모의 준스위트룸 5개, 그리고 한 개의 스위트룸을 갖추고 있다. 가격은 공간이 커지는 순서대로 각각 4만 원, 6만 원, 12만 원, 20만 원이다.

2층에는 고양이를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5개의 고양이 전용 호텔은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푹 쉴 수 있는 객실이다. 쿠션과 장난감 등이 갖춰져 있고 애견 호텔과 마찬가지로 온돌과 환기 시스템 등이 설치돼 있다.

가족이 출근하거나 출장, 여행 등의 일이 있어 반려동물 혼자 집에 남겨지는 때에 대비해 유치원도 운영한다. 애견학과를 나온 스태프들이 반려동물과 놀아주며 ‘인내심 훈련’ 등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찾아가는 교육

2층 병원은 웬만한 대학병원 못지않다.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에 디지털 엑스레이 촬영 기계, 최신 초음파 시설 등 첨단장치를 들여놔 높은 수준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치도 곧 들여올 계획이다.

시설뿐만이 아니다.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치과, 안과 등 7개 과에서 10명의 전문 수의사가 진료를 맡고 있고 종양클리닉, 재활통증클리닉, 비만클리닉 등 6개의 특화 진료과목도 개설했다. 물리치료실도 따로 마련돼 있어 수중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강아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수술실은 국내 최초로 무균시설을 도입했다. 간이 횡경막을 압박하면서 갈비뼈에 횡경막이 찢긴 고양이는 이날 무균시설이 된 수술실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수의사의 집도 아래 봉합수술을 받았다.

이리온이 이렇게 첨단장비와 수준급의 의료진을 갖춘 까닭은 ‘고객과 가까운 2차 병원’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작은 병원에서는 하기 힘든 CT 촬영이나 초음파 진단을 대학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도 이리온이 중시하는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이를 위해 삼성에버랜드에서 반려견 아카데미를 담당했던 전문가도 영입했다. 이리온 관계자는 “그저 예쁘다고 강아지를 사왔는데 나중에 아무 곳에나 배변하고 시끄럽게 짖으면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며 “반려동물도 사람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리온은 교외에 있는 훈련소 대신 보호자와 함께 이리온에서 교육을 받거나 직접 출장을 가 가정에서 훈련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 화려한 동물병원, 불편한 시각

이리온 2층 반려동물 병원에서 수의사와 직원이 강아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내과 치과 안과 등 분야별 전문 수의사들이 진료를 맡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리온 2층 반려동물 병원에서 수의사와 직원이 강아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내과 치과 안과 등 분야별 전문 수의사들이 진료를 맡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하지만 이리온이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개나 고양이를 애완동물, 나아가 반려동물로 여기는 시각과 함께 ‘개는 개일 뿐이다. 남은 음식으로 만든 개밥 먹고 주인과 떨어져 밖에서 자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사람이 입는 것보다 비싼 옷을 동물에게 입히고 하룻밤에 몇만 원씩 하는 호텔에서 개나 고양이를 재운다는 사실은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리온은 반려동물을 아끼는 사람들에겐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지만 ‘개는 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맘에 드는 구석을 발견하기가 사막에서 물 찾는 것보다 어려운 공간이다.

박 대표도 이런 시각을 이해한다. 보신탕도, ‘개는 개’라는 문화도 존중한다. 반려동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눈에는 사치스러울 것이라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동물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 역시 결국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반려동물에게 의료와 미용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그들을 보살피는 사람들이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개의 평균 수명이 15년 정도인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이 사람과 더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다면 결국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 창출, 의료서비스 수준 향상은 부수적인 효과다. 현재 이리온에서 일하는 직원은 50명. 동물 관련 학과를 나온 학생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있고, 전문 분야를 가진 수의사들이 함께 일을 하면서 보다 많은 임상 케이스를 연구할 수 있어 진료의 질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 많아지면 동물을 좋아하는 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진도 경험과 노하우를 더 많이 쌓을 수 있다”며 “이 역시 결국 사람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하는 일이라는 박 대표의 바람은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는 것이다. 디비에스는 연내 2호점을 낼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리온을 시작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 많아지면 동물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라며 “반려동물이 학대당하고 버림받는 일이 사라지는 데 이리온이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는 ‘개는 개일 뿐’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2시간여 이리온을 취재하면서 이 같은 생각이 조금은 바뀌는 것을 느꼈다.



▼첨단시설 ‘종합병원급 동물병원’ 늘어▼
당뇨-척추 클리닉 운영도


지난해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수는 500만 마리를 넘어섰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도 전체의 17.4%에 이를 정도다.

반려동물이 늘면서 이들을 대하는 자세도 많이 바뀌었다. 함께 집에 살면서 마치 가족 같은 존재가 된 것. 하지만 집 안에 살게 된 반려동물은 운동량이 줄고 식습관도 사람처럼 변해 질병이 늘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이 주인과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동물의 수명과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에 발맞춰 반려동물을 위한 종합병원급 병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첨단시설과 수준 높은 의료진을 갖추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물병원들이다.

경기 성남시 해마루동물병원은 수의사 20여 명에 약 50명의 간호사가 있는 대규모 병원이다. 당뇨, 척추 클리닉 등 특수진료과목을 두고 전문의료에 집중하는 이 병원은 보통 동물병원이 병행하는 애견용품 판매사업 등은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진단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도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이안동물영상의학센터는 병원에서 의뢰받아 MRI와 CT 촬영을 해준다. 여기에 대형병원들은 건강검진도 해준다. 종합검진 비용은 50만∼100만 원으로, 사람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나이 많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프랜차이즈 병원도 성장세다. 미국과 일본의 선진 동물병원을 벤치마킹한 ‘쿨펫’은 1998년 6개의 직영점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 100여 개에 이르는 가맹 병원을 둔 국내 최대의 프랜차이즈 동물병원으로 성장했다. 쿨펫은 의료, 미용, 훈련, 분양, 용품판매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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