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섹시한 와인이 좋다! 9] 세계 최고 홍콩 페닌슐라 호텔은 왜 샴페인 도츠를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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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9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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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한 은행장은 매일 아침 식사에 도츠를 마셔 1년에 600병이나 비우기까지”

▲ 도츠의 최상위 제품 ‘아모르 도츠’.
▲ 도츠의 최상위 제품 ‘아모르 도츠’.

홍콩 침사추이에 가면 보기만 해도 으리으리한 느낌의 건물이 하나 시선을 붙들어 맨다. 홍콩 페닌슐라 호텔이다. 호화로움의 극치를 자랑하는 이 호텔은 홍콩에서 숙박료가 가장 비싼 호텔이자 세계 10대 호텔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고객에게 롤스로이스를 서비스로 제공해 화제가 되기도 한 그 호텔이다.

▲ 최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홍콩 페닌슐라 호텔에서 하우스 샴페인으로 쓰이고 있는 ‘도츠 브륏 클래식’.
▲ 최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홍콩 페닌슐라 호텔에서 하우스 샴페인으로 쓰이고 있는 ‘도츠 브륏 클래식’.
이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하우스 샴페인을 주문하면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하우스 샴페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와인은 ‘도츠’(Deutz)의 ‘브륏 클래식’(Brut Classic)이라는 제품인데 라벨에 그 이름 대신 ‘페닌슐라 바이 도츠’(Peninsula by Deutz)라고 적혀 있는 것.

이는 페닌슐라호텔이 도츠에 따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서 탄생한 라벨이다. 내용물은 도츠 브륏 클래식이지만 라벨은은 페닌슐라호텔과 도츠의 협업으로 만든 하우스 샴페인이라는 사실을 명기한 것. 최상류층을 지향하는 페닌슐라호텔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샴페인을 발견하고 하우스 샴페인으로 사용하기 위해 2002년 도츠에 특별 라벨 제작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이 와인을 하우스 샴페인으로 서브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샴페인이길래 페닌슐라호텔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도츠는 1838년 무역상인 윌리엄 도츠와 샴페인 세일즈맨인 피에르 위베르 젤더만이 함께 설립해 5대째 가문에서 샴페인을 만드는 곳이다. 처음에는 포도밭도 없이 남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사가지고 샴페인을 만들었지만 맛으로 인정받고, 돈을 벌면서, 자신들의 포도밭도 갖게 됐다. 현재는 190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고, 연간 170만병 가량의 샴페인을 만든다.


사실 유명세만 놓고 보면 ‘크뤼그’나 ‘볼랭저’ 같은 샴페인에 다소 밀리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페닌슐라호텔은 먼저 도츠에 하우스 샴페인으로 쓰고 싶다고 요청했다. 비밀은 어디에 있었을까. 도츠의 브랜드 앰배서더를 맡고 있는 조엘 페인은 지난 16일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자리에서 그 답을 알려줬다.

▲ 도츠에 푹 빠진 브랜드 앰배서더 조엘 페인.
▲ 도츠에 푹 빠진 브랜드 앰배서더 조엘 페인.
“크뤼그나 볼랭저는 헤비(heavy)한 샴페인이라 맛은 풍부하지만 음식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용도로는 맞지 않아요. 그래서 리프레시하면서 가볍게 마시는 하우스 샴페인으로는 도츠 브륏 클래식이 제격이라고 페닌슐라호텔이 판단한거죠.”

크뤼그와 볼랭저는 너무나 훌륭한 샴페인지만 하우스 샴페인으로는 도츠 브륏 클래식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는 말이다.

브륏 클래식이 도츠의 대중적인 샴페인이라면 최상급 제품으로는 ‘아모르 도츠’(Amour de Deutz)라는 게 있다. 아모르 도츠는 연간 4만병 밖에 만들지 않아 나라별로 할당해 제품을 보낸다. 한 해 국내 들어오는 것도 120병 정도에 불과하다. 소비자가는0 7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런 비싼 샴페인을 개인이 한 해 600병을 주문한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주인공은 타이완의 한 은행장이다. 매일 아침을 먹을 때 크뤼그를 곁들였다는 이 사람은(상당한 재력가임을 알 수 있다) 아모르 도츠를 우연히 맛본 뒤 그 맛에 반해 도츠에 전화를 걸어 개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량의 와인을 주문했다. 거의 매일 두 병 씩 혼자 마셨을 것 같지는 않고 선물하는 용도로도 일부 사용했겠지만 600병이라는 숫자는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도츠에서도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 도츠의 지하 셀러.
▲ 도츠의 지하 셀러.

그가 크뤼그에서 아모르 도츠로 애용 샴페인을 바꾼 이유도 재미나다. “아침에 마시기엔 크뤼그가 너무 헤비해서”라는 것. 새로운 발견과 선택으로 그의 입 안은 헤비하지 않은 느낌을 새로 갖게 됐지만 지갑의 헤비함이라는 문제에 있어서는 큰 변함은 없었을 듯. 하긴 그걸 신경 쓸 정도면 아침마다 브랙퍼스트에 오렌지 주스 대신 샴페인을 곁들이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 샴페인 ‘도츠’의 황금빛 컬러는 매혹적이다.
▲ 샴페인 ‘도츠’의 황금빛 컬러는 매혹적이다.

아모르 도츠는 이름에도 흥미로운 사연이 숨어 있다.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도츠의 사랑’이라는 뜻인데 그게 과연 뭐였을까. 도츠의 정문을 지나 저택 앞으로 가면 청동으로 만든 큐피드 상이 하나 서있는데 바로 이게 도츠의 사랑이다. 큐피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으로 로마 신화에서는 아모르라고도 불렸다. 도츠는 프리미어 퀴베(첫번째 압착 포도즙)를 만들 때 이 큐피드 상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고, 이를 구현한 최상의 와인을 아모르 도츠로 명명한 거다.

▲ 아모르 도츠가 의미하는 큐피드 상.
▲ 아모르 도츠가 의미하는 큐피드 상.

큐피드 상이 사람들의 마음에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아모르 도츠를 마시고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속으로 바란 건 아닐까.
글&사진·이길상(와인전문기자 juna109@paran.com)
사진제공·레뱅드매일

‘섹시한 와인이 좋다’를 연재하는 이길상 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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