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권희“번각본 서체, 금속활자 본뜨다 글자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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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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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학자 남권희 교수 특강, ‘最古금속활자’ 논란 반박

“글자가 더 굵고 각이 거친 것은 번각본의 특성입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다보성고미술에서 서지학자 남권희 경북대 교수(사진)가 특강을 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13세기 고려 금속활자 12점을 확인했다는 남 교수의 주장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마련한 자리다.

남 교수는 13세기 ‘남명천화상송증도가’ 목판본의 서체와 금속활자의 서체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먼저 반박했다. 그는 “금속활자로 찍은 종이를 나무판에 뒤집어 붙인 뒤 새기다 보면 원래 글자를 침입하지 않기 위해 조금 여유를 두고 새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사례로 ‘직지심체요절’과 ‘직지’를 찍을 때 쓰인 흥덕사 금속활자로 인쇄한 뒤 그 금속활자본을 목판에 붙여 인쇄한 번각본인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보물 1653호)를 비교할 때도 역시 직지의 서체에 비해 번각본의 서체가 두껍고 거칠다고 남 교수는 주장했다.

또 그는 증도가 제작에 참여한 각자장(刻字匠)마다 서체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며 증도가 속 각자장별로 글자 차이를 정리한 것도 선보였다. 위의 두 점이 방향이 다르다고 지적된 善(선)자에 대해서는 “증도가에 두 명 이상의 각자장이 방향을 다르게 조각해 인쇄했는데 이는 실수가 아니라 원본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당시 다른 형태의 글자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금속활자의 양 옆에 1∼2mm 돌출된 부분에 대해선 “증도가 속 글자의 행간이 2∼3mm 떨어져 있는데 이 활자들을 붙여 찍었기에 나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번각한 글자가 손바닥 맞추듯 똑같을 순 없다. 글자의 삐침 부분과 전체적인 구조가 얼마나 같은지를 따져야 한다”며 “학계에서 실제로 와서 활자를 보고 금속활자 연구를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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