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중세 암흑시대, 이슬람은 빛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신의 용광로/데이비드 리버링 루이스 지음·이종인 옮김/672쪽·3만3000원·책과함께

732년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규모 군대가 프랑스 중부 푸아티에 평원에서 전투를 벌였다. 유럽 중심의 역사에 따르면 프랑크족의 지도자 샤를 마르텔이 이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기독교 사회를 이슬람으로부터 구했다고 전해진다. 스페인을 점령하고 피레네 산맥을 넘어 전진하던 야만적인 무슬림의 폭주 기관차를 멈췄다고 묘사하기도 한다.

이 책은 기존의 이런 역사관에 반기를 든다. 미국 뉴욕대 역사학과 석좌교수인 저자는 “푸아티에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유럽은 선진적인 이슬람 문명을 받아들이지 못해 오히려 발전의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이는 이슬람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성장한 이슬람 세력은 711년 스페인의 지브롤터를 침공해 1085년 톨레도에서 패퇴할 때까지 300여 년간 스페인을 점령했다. 이 기간 이슬람 세력은 유럽의 기독교인과 그 문화를 포용해 선진 문화를 만들었다. 이슬람 점령지는 문명의 거대한 용광로였던 것이다. 저자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이 기간 이슬람과의 공존은 가슴 벅찬 추억이었다”고 말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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