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 알아야 내 종교도”신앙인들 ‘소통의 새벽공부’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불교-기독교-이슬람-민족종교 신자들 참여 ‘한국종교발전포럼’

《“예수를 역사적 인물로 해석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는 부활에 초점을 맞춰 초자연적이고 신성화된 예수를 숭배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당시 로마의 핍박 속에서 지배 이념에 저항했던 사회적 개혁가입니다. 오늘날 교회의 임무는 예수와 같이 어려운 세상에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는 일입니다.”(감리교신학대 종교철학과 이정배 교수) “다소 파격적인 주장이 아닐까요. 기존 교회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은데요.”(질문자) “개신교단의 물밑에서 예수를 역사적 인물로 받아들이는 젊은 목회자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이 교수)》

매달 모여 강연 듣고 토론

“다종교 사회 화합에 도움
다른 종교에 대해 배우다 보면
‘종교 지향점은 하나’ 깨달을 듯”


18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대 암연구소 강당에서 열린 종교발전포럼에는 눈이 오는 궂은 날씨에도
74명이 참석했다. 이정배 감리교신학대 종교철학과 교수(왼쪽 연단 앞)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민병선 기자
18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대 암연구소 강당에서 열린 종교발전포럼에는 눈이 오는 궂은 날씨에도 74명이 참석했다. 이정배 감리교신학대 종교철학과 교수(왼쪽 연단 앞)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민병선 기자
18일 오전 6시 반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대 암연구소. 추운 날씨에 눈까지 내린 이른 시간이었지만 30여 대가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은 벌써 꽉 차 있었다. 74명이 참석한 2층 강당은 오전 7시부터 강연과 토론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강의 주제는 이정배 교수의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이해’.

오전 8시 반, 강의와 토론이 끝나자 국립암센터 원장을 지낸 서울대 의대 박재갑 교수가 연단에 올라 “이 시간에 못 다한 토론은 다음을 기약하자”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 모임은 ‘한국종교발전포럼’. 지난해 12월 결성된 이 포럼엔 불교, 천주교, 기독교 신자로서 경제인 문화인 학자를 비롯해 성직자 등 171명이 회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이날은 불교 신자인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과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천주교 신자인 2005년 미스코리아 선 이경은 씨, 목사인 채수일 한신대 총장, 무슬림인 이주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사무총장,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의 아들인 한재훈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출석부에 도장을 찍었다. 모임의 멤버인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 김근상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등은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저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 모임을 결성한 이유는 타 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한 것. 박재갑 교수가 주도해 지난해 12월 첫 포럼을 개최했다. 초대회장을 맡은 박 교수는 “나는 종교가 없지만 아버지는 유교, 어머니는 개신교, 아내는 천주교 신자인 ‘다종교 집안’이다 보니 여러 종교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종교가 다르면 혼담이 어긋나는 걸 종종 본다”며 “지식인들도 자신의 종교 외에는 모르는 경우가 많아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지난해 12월 김용표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가 ‘붓다의 교육이념과 교수법’을, 1월에는 고재석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이 ‘공자의 사상과 배경’을 주제로 강의했다. 3월에는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가 ‘유교에서 바라본 영성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다. 앞으로 1년 동안 매달 불교, 천주교, 개신교에 관해 2차례, 민족종교와 뇌 연구를 통한 종교의 이해에 관해 한 차례 강의한다.

의사 출신으로 지난해 초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석사과정에 등록했던 서정돈 총장은 “우리 사회에는 종교적 갈등이 없는 훌륭한 전통이 있다”며 “이 모임처럼 종교 간 이해를 도모하는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영달 회장도 “타 종교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종교가 지향하는 점이 결국 하나임을 알게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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