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유골함 도난, 계획적인듯…빈 소주병 2개 발견

  • 입력 2009년 8월 16일 18시 18분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탤런트 고(故) 최진실 씨의 납골분묘가 파손된 채 유골함이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15일 오전 8시10분경 양평군 양수리 갑산공원 묘원에 안치돼 있던 최 씨의 유골함이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납골분묘는 두께 7cm의 화강암 재질에 가로 1.3m, 세로 2.1m 크기로 발견당시 뒤쪽 벽면이 깨져 있었고, 다른 석판으로 깨진 부분이 가려져 있었다. 또 깨진 분묘 바로 앞에서 빈 소주병 2개가 발견됐다. 전병기 갑산공원 관리사무소장은 "깨진 벽면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쇠망치나 대형 둔기로 10여 차례 이상 내리쳐야 깰 수 있다"며 "14일 오후 6시 묘원을 순찰 할 때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누군가 고의적으로 최씨의 유골 함을 훔쳐간 것으로 보고 계획적인 범행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한 소주병과 납골분묘 등에서 지문을 채취해 경찰청에 신원확인을 의뢰했다. 또 소주병과 깨진 대리석 조각을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유전자(DNA)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은 갑산공원으로 통하는 국도상에 있는 폐쇄회로(CC)TV 2대에 녹화된 화면을 확보해 사건발생 추정시간인 14일 오후 6시~15일 오전 8시를 전후해 공원 주위를 드나든 차량을 분석하고 있다. 또 공원 주변의 통화기록을 분석하는 등 통신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씨의 분묘를 비추던 폐쇄회로(CC)TV는 12일 낙뢰를 맞아 카메라가 깨져 작동하지 않았고, 인근에 있던 다른 CCTV도 고장 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모객이 우발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현장에 있던 방명록을 입수해 지난 14일 최씨 묘소를 찾은 사람에 대한 탐문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최씨 어머니 등 가족과 전 매니저, 친구들은 유골함 도난 소식을 들고 이날 오후 2시경 갑산공원에 도착해 현장을 확인하고는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최씨 어머니는 경찰에서 "만약 진실이의 열성팬이 유골함을 가져갔다면 제발 가족에게 돌려달라"며 "돌려만 준다면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하재완 하하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5일 소식을 듣고 묘소를 찾아갔는데 현장을 보고나니 마음이 너무 갑갑했다"며 "이러한 사건은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씨와 절친했던 방송인 이영자 씨는 가족들과 강원도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15일 오전 소식을 듣고 고인의 유골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 갑산공원을 서둘러 찾았다. 이 씨는 한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내 친구는 삶이 힘들어 떠났는데 하늘에 가서도 못 쉬게 됐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유골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고 범인을 빨리 잡아 유골함을 돌려받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최 씨와 가까웠던 방송인 홍진경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도저히 말을 할 수 있는 기분이 아니다"며 전화를 끊었다.

양평=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이지연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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