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테너 호세 카레라스 내한공연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63세, 그의 목소리에도 세월이…

테너 호세 마리아 카레라스는 무난함을 선택했다.

12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카레라스는 오페라 아리아나 정통 독일가곡 대신 스페인, 이탈리아 가곡 중심의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세계 3대 테너’로 불렸던 왕년의 거장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선곡이었다. 63세의 나이 탓인지 전성기의 윤기 나는 목소리를 선보이진 못했으나 연륜이 묻어나는 풍부한 감정 표현과 해석으로 그 간극을 메웠다. 이날 감기에 걸린 카레라스의 요청으로 레퍼토리도 일부 변경됐고 공연장 냉방 시설을 가동하지 않아 실내는 후덥지근했다.

‘아비 카스텔레’ 중 ‘사랑과 전쟁의 노래’를 첫 곡으로 고른 카레라스는 목이 덜 풀린 듯 부분적으로 탁한 음을 냈다. 1, 2부에 걸쳐 카레라스는 정열적인 곡과 부드러운 곡을 번갈아 부르며 강약을 조절하는 연륜을 보였다. 가르델의 ‘멀리 있는 나의 조국’과 발렌테의 ‘열정’에서 강렬한 음색을 선보인 뒤 스페인 악극 사르수엘라 ‘파랄의 여인’ 중 ‘행복했던 시간이여’에서는 회상을 따스하게 표현해냈다. 발성과 성량보다 대가의 표현력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2부로 넘어가면서는 목이 트인 듯 소프라노 박미혜와 함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중 ‘그대의 꼭 다문 입술’에서 고음의 미성을 선보였다.

카레라스는 기립박수로 답하는 한국 관객을 위해 두 곡의 앙코르를 선사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를 맡은 카레라스의 조카 데이비드 히메네스 카레라스와 소프라노 박미혜 씨는 카레라스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터여서 무리 없는 진행을 보였다.

이날 무대는 카레라스의 풍성한 감정과 정성을 엿볼 수 있었으나 세월의 흐름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카레라스의 컨디션이 안 좋아 한국가곡 ‘목련화’를 들을 수 없었던 점도 아쉬웠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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