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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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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이 시대를 정면으로 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취지인 듯하다. 그렇다고 해도 억지스러운 설정을 끌어들여 지나치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드라마에서 반드시 필요했는지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 울분에 찬 김신은 구치소에서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그 주먹에 맞아 코피를 흘린 이가 하필이면 조직폭력단 ‘남방파’의 우두머리. 김신은 남방파 조직원들과 같은 방에 수감되면서 온갖 고초를 겪는다. 남방파는 “네가 두 발로 걸어다니는 거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지 않겠느냐. 우리 형님 체면이 있는데”라며 등장하는 장면마다 김신을 집단 구타한다.
남방파 조직원들이 손발로 두들겨 패는 건 예사고 김신의 목을 조르고 철제 대야로 머리를 내리치는가 하면, 머리채를 휘어잡고 선반에 머리를 찍기도 했다. 김신의 밥에 침을 뱉거나 옷에 소변을 보는 행위도 전파를 탔다. 칫솔 끝을 갈아 만든 날카로운 도구로 김신의 복부를 찔러 피가 튀는 장면도 여과 없이 나왔다.
김신이 여자친구 서경아(박시연)와 모텔 침대에 누워 대화하는 장면 등도 이 드라마가 ‘15세 이상 시청 가능 드라마’인지 의문이 들게 했다. 주부 김영희 씨(44)는 “고등학생 아들과 ‘남자 이야기’를 함께 봤는데 폭력 장면을 너무 상세히 묘사해 10대가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걱정했다.
KBS는 ‘남자 이야기’ 이전에 방영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지나친 폭력 묘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다. 그것도 불과 약 한 달 전(3월 18일)의 일이다. 그럼에도 후속 드라마가 초장부터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내기 시작한다면 방송통신심의위의 경고는 종이에 불과한 듯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