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브라이트먼의 ‘심포니 월드투어’가 열렸다. 웅장한 ‘고티카’에 맞춰 무대로 천천히 걸어 나온 그는 붉은색 드레스 자락을 펄럭이면서 ‘플뢰르 뒤 말’을 열창하며 막을 열었다.
첫 노래를 마친 브라이트먼은 “아름다운 밤입니다”라는 한국어로 관객 5000여 명에게 인사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발라드 스타일의 ‘렛 잇 레인’ ‘심포니’부터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 그룹 캔자스의 ‘더스트 인 더 윈드’ 등을 팝페라 스타일로 불렀다.
관객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노래는 게스트 알레산드로 사피나와 듀엣으로 부른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브라이트먼은 고음역대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큰 환호를 받았다.
이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무대 뒤 15m 높이의 스크린에서 펼쳐진 3D 영상. 검붉은 색이 주조를 이루는 어두움의 이미지, 풀이 자라고 꽃이 피는 녹색의 유토피아, 푸른 배경에 큰 달을 띄우는 등 다채로운 영상이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자아냈다. 스크린 자체가 뒤로 물러나면서 무대 공간이 확장되기도 했다.
브라이트먼은 공연 후반부에 지난해 말 발표한 크리스마스 앨범 ‘윈터 심포니’ 수록곡 중 2곡을 노래했다. 지난해 말에 열린 북미 투어 때는 적절한 선곡이었겠지만 지난달부터 시작한 아시아 투어에서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른 건 어색했다.
공연장 내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지 않아 무대에서 먼 곳에 앉은 관객은 브라이트먼의 표정과 무대를 자세히 보기 어려웠고 곡목 등 공연순서 안내도 없어 아쉬웠다.
다음 공연은 16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시 킨텍스, 18일 오후 8시 인천 송도컨벤시아, 20일 오후 8시 부산 벡스코. 02-522-9933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