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지식보다 지혜 ‘평생양식’교양 쌓아두세요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대학 신입생들에게 어른들은 “진짜 공부는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전공 공부는 물론이고, 평생의 밑거름이 될 교양을 쌓으라는 얘기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하지만 입시를 치르느라 책을 멀리했던 학생들로서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들을 대신해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편집자들에게 ‘대학 신입생이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받았다. 출판계의 베테랑답게 다양한 장르에 걸쳐 신입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들을 권했다.

○ 인문-예술

동양고전 해설 신영복의 ‘강의’

‘사기열전’-‘철학콘서트’ 등 추천

▽인문, 예술=‘신입생에게 권하는 책’이라는 주문 때문인지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강의’를 두 편집자가 꼽았다. 하지만 ‘강의를 잘 듣는 방법’ 같은 종류의 책은 아니다. 논어, 맹자, 주역 등을 통해 우리 삶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 신 교수의 동양고전 강의를 엮은 책이다.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1917년 독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을 옮긴 것. 학자란 무엇인가, 대학은 어떤 곳인가, 학문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베버의 생각이 담겨 있다. 이동은 시공사 주간은 ‘반 룬의 예술사’를 추천하면서 “예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친절한 안내서”라고 소개했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 편집인은 “역사를 이해하고 사람을 파악하는 시야를 넓혀주는 지혜의 보고”라며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권했다.

인문 분야의 고전도 여러 권 포함됐다. ‘역사를 위한 변명’은 역사철학자 마르크 블로크의 명저로 꼽힌다. 그는 책에서 과거의 사료와 기록에 의존한 탁상공론격의 화석화된 역사학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역사학을 강조한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헝가리 출신의 예술사회학자 아르놀트 하우저의 작품으로 한국에선 1960년대 중반 처음 출간된 뒤 꾸준히 읽히는 고전이다.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예술과 환영’도 리스트에 올랐다.

신동해 웅진지식하우스 편집주간은 대학생들에게 본격적인 철학 공부에 앞서 ‘철학 콘서트’를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한다. 딱딱한 철학을 말랑말랑하게 풀었다는 평가를 받는 책이다.

조선 선비들의 학문하는 모습을 배워 보는 건 어떨까. ‘선비답게 산다는 것’에는 학문을 대하는 그들의 진지한 태도가 담겨 있다.

○ 사회-과학

금융위기로 마르크스 ‘자본’ 부각

다윈 관련 ‘이기적 유전자’ 등 권해

▽사회, 과학=염종선 창비 인문사회출판부장은 “자본주의 세계질서의 거대한 뿌리를 보여 주는 고전”이라는 평가와 함께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을 추천했다. 최근 서구에선 시장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마르크스를 다시 보자는 바람이 일고 있다.

‘20대 심리학’은 ‘신입생들이 반드시 들어야 할 강의’로 손꼽히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강의를 엮은 책. 곽 교수는 20대에 겪을 수밖에 없는 고민과 문제들을 설명하고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과학서 가운데선 최근 다윈 열풍과 관련해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추천됐고,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도 포함됐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다산 정약용이 어떻게 지식을 생산하고 관리하며 방대한 저술을 남겼는지 분석한 책. “제자들과의 협업, 즉 지식경영을 했기에 500권이 넘는 저술이 가능했다”는 게 책의 골자다.

‘문장강화’는 상허 이태준 선생이 글쓰기에 대해 쓴 책으로, 그는 “억지로 꾸미려 하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자기답게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글쓰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 문학

국내소설 ‘토지’ ‘광장’ 등 꼽아

‘돈키호테’ 젊은이들에게 어울려

▽문학=박경리의 ‘토지’, 최인훈의 ‘광장’ 등 한국 문학의 대표 작품들과 현대문학 가운데 은희경의 ‘새의 선물’, 신경숙의 ‘외딴방’ 등이 꼽혔다.

서양 소설로는 무모하지만 용기 있게 나가는 행동형 인간을 다룬 ‘돈키호테’가 젊은이에게 어울리는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근혜 문학과지성 문학팀장은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를 들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청춘의 우울과 번민이 음악적 형식을 빌려 아름답게 형상화돼 있다”고 소개했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는 ‘돈’이라는 코드를 통해 그의 문학세계를 재해석한 책. 딱딱하게 여겨지는 고전을 돈이라는 현실적 소재를 통해 접근하는 방식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책을 추천해주신 분들(가나다순)=박선영 위즈덤하우스 편집장, 방순영 나남 편집부장, 신동해 웅진지식하우스 편집주간, 신선영 랜덤하우스코리아 단행본사업2부문장, 염종선 창비 인문사회출판부장, 이근혜 문학과지성 문학팀장, 이동은 시공사 단행본개발실 주간, 이현화 한길사 편집부장, 장은수 민음사 대표 편집인, 한문희 김영사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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