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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25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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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조에 이부춘의 아들 이름이 나해(那海)였는데, 그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에 ‘나해처럼 생긴(似那海)’ 남자를 ‘사나이’라고 불렀다.”
“고자(高子)는 우리나라 말로 내시를 이르니 ‘조고(趙高·중국 진(秦)나라의 환관) 자식’이라는 뜻이다.”
민간의 어원 설명은 보통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일반인은 그렇게 받아들이곤 한다. 때론 확인되지 않는 어원을 민간어원에서 찾기도 한다. 민간어원의 문화사적 의의도 여기에 있다.
조선후기 재야 선비 송남(松南) 조재삼(趙在三·1808~1866)은 ‘사나이’와 ‘고자’(鼓子·생식기가 불완전한 남자)의 어원을 역사 속 인물에서 찾았다. 조재삼은 평생 손가는 대로 잡다하게 이곳저곳에서 모으고 분류한 백과사전인 ‘송남잡지(松南雜識)’를 저술한 인물. 우주의 발생부터 이기론, 풍속, 속어 등을 메모 형태로 집대성한 책으로 최근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소명출판)에 포함돼 전 13권 분량으로 완역됐다.
그의 어원 설명엔 지금 시각에서 보면 포복절도할 만한 내용도 있지만 국어사적으로 어원을 바꿔야 할 내용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경상도에서 주로 젊은 여성을 비하하거나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 부르는 ‘가시나(가시내)’. 조재삼은 이 말의 뿌리를 한자어 ‘稼産兒'(가산아)’라고 주장하면서 유래를 원(元) 간섭기 고려시대 풍습에서 찾았다. “고려 말 원나라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선발해 갔는데 가정(稼亭) 이곡(李穀)이 원으로 가서 그 혁파를 상소했다. 그래서 지금 시골 여자아이들을 '가시나(稼産兒)'로 칭한다.”
멸치를 설명하는 대목에선 웃음이 난다. 조재삼은 이를 ‘멸려치(滅麗治)’라고 표기했다. 고려가 망할(滅麗) 때 처음 잡힌 고기라는 의미다.
‘주전부리(酒前喙)’와 ‘약주(藥酒)’에 대한 설명은 민간어원설을 넘어 국어사적으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설명이 등장한다. “술 마시는 사람이 술 마시기 전에 먼저 안주를 먹으면 술이 잘 받고 또한 크게 취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세끼 식사 외에 시도 때도 없이 쉬지 않고 입을 놀려 먹어대는 것을 주전부리(酒前喙)라고 한다.” ‘喙(훼)’는 ‘새의 부리’를 일컫는 한자. “약봉(藥峯) 서성(조선 중기 문신)이 술을 좋아하여 특별히 거듭 빚은 술을 만들었기에 ‘약주(藥酒)’라고 불렀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671호(1월27일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