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71>栽花忙處兒呼飯,夜讀深時妾屛燈

  • 입력 2008년 12월 16일 02시 59분


栽(재)는 심다의 뜻이다. 木(목)이 의미요소이고 나머지 부분은 載(재)나 哉(재)에서처럼 발음요소이다. 栽培(재배)는 식물을 심어 가꿈을 뜻한다. 盆栽(분재)는 화초나 나무를 화분에 심어 보기 좋게 가꾸는 일, 또는 그렇게 가꾼 식물을 가리킨다. 栽花(재화)는 꽃을 심는다는 뜻 외에 縣令(현령) 또는 지방장관을 가리키기도 한다. 晉(진)의 潘岳(반악)이 현령을 지내며 桃李(도리)를 많이 심은 데서 유래한다.

忙(망)은 바쁘다 또는 조급하거나 어안이 벙벙하다는 뜻이다. 忙中閑(망중한)은 바쁜 중의 한가함이다. 慌忙(황망)은 조급하고 당황하여 허둥지둥함을 뜻한다. 處(처)는 장소나 처지 또는 거기에 위치하거나 거처하다의 뜻이다.

兒(아)는 어린아이 또는 자녀를 뜻한다. 우리 속담에 兒在負, 三年搜(아재부, 삼년수)라는 말이 있다. 업은 아이를 3년 동안 찾는다는 말로, 아주 가까운 데에 둔 것을 멀리서 오래도록 찾는 것을 비유한다. 呼(호)는 부르다의 뜻과 呼吸(호흡)처럼 숨을 내쉬다의 뜻이 있다. 飯(반)은 밥 또는 밥을 먹거나 먹이다의 뜻이 있다.

妾(첩)은 첩 또는 여자 종이다. 고대에 여자가 자신을 낮춰 일컫는 말로도 쓰였다. 屛(병)은 병풍이나 담장 또는 울타리이다. 가리다 또는 막다, 숨기다 또는 감추다, 물리치다 또는 제거하다의 뜻이 있다. 燈(등)은 등불 또는 등이나 등잔이다.

화초를 가꾸며 밤늦도록 책을 읽을 여유가 있고, 거기다가 자식이 곁에 있고 밥 차려주고 건강 챙겨줄 아내가 있다면 이미 행복한 생활이다. 굳이 화초 가꾸기와 독서가 아니면 어떠랴. 밤과 낮으로 즐겨 할 일이 있고 가족 간에 아끼며 정이 오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淸(청) 袁枚(원매)의 ‘遣興雜詩(견흥잡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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