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막대기 구조물은 마치 사마귀의 몸체를 연상시킨다.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며 먹이를 사냥할 준비를 하는 사마귀처럼 잽싸고 날렵한 몸매를 가졌다.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과 구조적 단단함도 동시에 지녔다.
램프 부분을 잡고 원하는 위치를 비추기 위해 움직여 보라. 이 램프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면서 일반 제품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전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부드럽게 움직이며 원하는 곳에 불빛이 온다. 램프를 끝까지 잡아당기면 수평을 이루며 완벽하게 평형을 유지한다. 마치 곡예를 하는 서커스 단원의 공중 그네타기 묘기를 보는 듯하다.
탁상 위에 놓이는 램프 중 원하는 곳을 비추도록 조절이 가능한 램프들은 스프링과 나사 등으로 연결 부분을 조여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구조적으로 상당히 복잡하다.
신기한 건 또 있다. 자세히 보면 전기선이 들어갈 곳이 없는 얇은 알루미늄 판재 구조로 돼 있는데도 램프에는 불이 들어온다. 어떻게 이 밝은 조명은 선이 없는데도 가능할까.
디자이너 사퍼는 쉽게 조절이 가능한 램프 구조를 고민하다가 우연히 장난감 모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천장에 매달린 모빌은 축을 중심으로 좌우 균형이 맞아 항상 평형을 이루도록 돼있다. 그는 이 구조를 거꾸로 뒤집어 바닥에 세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램프 밑 부분을 천장이라 생각하고 거꾸로 보면 램프는 모빌이 된다.
그런데 전기선이 문제였다.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전기선이 없어야 한다. 그러던 중 12V용 할로겐램프를 보고 답을 찾았다. 할로겐램프는 전압이 낮아 안전하기 때문에 램프 본체를 통해 전기가 흐른다.
결과는 놀라웠다. 램프는 마치 마술에 걸린 듯 가벼운 터치에도 신기할 정도로 부드럽게 원하는 곳으로 움직여졌다. 모빌 조형이 평형을 유지하며 춤추듯이 어떤 위치에서든 균형을 이루며 다양한 자태를 선보이는 아름다운 조형 창작물이 완성된 것이다.
처음 이 디자인을 접하면 생소하지만 원리를 알고 디자이너의 창의적 해결방법을 이해하면 감탄하고 매료된다. 티지오 램프는 이탈리아의 전기조명 제작사인 아르테미데에서 생산했고 나온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명성과 인기는 대단하다.
사퍼는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거꾸로 뒤집어 봤다. 이런 창조적 발상이야말로 혁신적 가치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박영춘 삼성디자인학교(SADI) 제품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