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성완종 회장 “내 밑천은 단돈 천원… 희망으로 2조원 일궈”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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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어두움이 다른 이들을 희망으로 안내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성완종(56·사진) 대아그룹·경남기업 회장이 자서전 ‘새벽빛’(‘따뜻한 손’ 출간)을 펴냈다.

자서전엔 ‘어려웠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고되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단돈 1000원에서 시작해 2조 원 규모의 기업을 일구기까지의 과정들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충남 서산 출신인 성 회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시커먼 땟국이 흐르는 남루한 행색을 하고 남의 집 마루 밑에서 잠을 자며 칼바람과 송곳 추위를 견뎌야 했던 날’로 회상했다.

가족에게 매질을 일삼던 아버지는 성 회장의 어머니를 내치고 새 아내를 들였다. 사나운 새어머니를 견디지 못한 성 회장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외삼촌이 사탕 값으로 준 100원을 들고 돈 벌러 떠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상경했다. 어머니를 만난 성 회장은 새벽엔 신문배달, 낮에는 약국 심부름을 하며 한 푼씩 돈을 모았고 교회 부설 야간학교에서 공부하고 교회에 딸린 방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

“가난은 하늘이 제게 준 선물입니다. 역경 아래서도 올곧게 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요. 살다 보면 절대적으로 우세한 기회도, 인간이 극복하지 못할 위기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죠.”

1974년, 20대의 성 회장은 단돈 1000원을 밑천으로 조그마한 화물영업소를 열어 트럭중개업을 시작했다. 이 일로 돈을 모은 그는 건설업에 뛰어들어 사세를 착실히 불려 나갔고 2004년에는 대우그룹 계열사로 워크아웃 상태에 있던 경남기업을 인수하는 등 11개 계열사, 연매출 2조 원대의 그룹을 일궈냈다.

성 회장이 제일로 꼽는 인생의 좌우명은 ‘검이불인’(儉而不吝·검소하지만 인색하지 않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늘 제게 어려운 사람을 돌보며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것이란 점에서 기업을 통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건 선행이 아니라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의무일지 모르죠.”

그는 1991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설립한 서산장학재단에 200억 원 이상의 기금을 출연해 70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을 도왔다.

2010년까지는 출연금 300억 원을 채울 계획이다.

“제가 도와준 학생들이 언젠가 다시 남들을 돕길 바랄 뿐이에요. 희망의 불씨를 더 멀리 퍼뜨리려면 한없이 많은 날들을 한없이 더 노력해야 합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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