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신’ 내린 11살 국내 최연소 비보이 “하늘 나는 것 같아요”

  • 입력 2007년 2월 2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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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신'에게 신내림이라도 받은 것일까. 꼬마 비보이는 보기만 해도 현기증 나는 헤드스핀(머리를 바닥에 대고 몸을 빙빙 돌리는 동작)을 짧은 팔다리를 뻗어가며 쉴 새 없이 반복한다. 키 129cm, 몸무게 25kg. 장난기 가득한 앳된 얼굴의 초등학교 4학년생 김기주(11) 군은 퓨전 퍼포먼스 '더 굿'에서 동자귀신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국내 최연소 전문 비보이다.

"누워서 다리 벌리고 도는 윈드밀을 하다가 헤드스핀으로 넘어갈 때 짜릿해요. 하늘 위를 붕붕 날아다니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춤이 제일 좋다"는 소년은 비보이팀 '모닝 오브 아울'의 어엿한 팀원. 김 군은 이번 공연 중 사람과 귀신이 춤으로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 인간세계 비보이에게 보란 듯이 승리를 거둔다. '모닝…'의 김기수(21) 씨는 "우리도 하기 힘든 고난이도의 파워무브를 조그만 몸으로 자유자재로 하니 신기하고 부럽다"고 말했다.

김 군에게 '춤신'이 찾아온 것은 아홉 살 때다. 공원에서 비보이들의 연습현장을 보다 "'필'이 확 꽂혔다"고. "학교에 가도, 집에서 밥 먹을 때도 계속 비보이 생각만 났다"는 김 군은 2005년 여름 동네 형들을 따라 경기 수원시에 있는 팀 연습실을 찾았다. 이후 수업이 끝나면 집과 학교가 있는 군포시에서 혼자 지하철을 타고 와서 매일 5~6시간 씩 연습해 실력을 다졌다.

"에어트랙 동작(손만 바닥에 짚고 돌기)에서 다리 넘기는 부분이 아직 잘 안 돼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공연 때는 형들처럼 멋지게 해낼 테니 기대하세요."

연습하다 멍이 들거나 다쳐서 병원에 간 적도 있지만 "형들처럼 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팀원들은 처음에 '별난 꼬마'라고만 여겼던 김 군이 또래 아이들처럼 칭얼대지도 않고 새로운 동작을 배우면 하루 만에 습득하는 모습을 보고 '비보이 신동'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더 굿' 연습실을 찾아 김 군이 연습하는 현장을 직접 보니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에는 몸 전체를 늘려도 걸리는 부분이 없었고 비보이 동작을 할 때는 힘이 넘쳤다. 어린 나이의 장점인 유연함과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체력과 지구력을 모두 겸비한 셈이다.

"엄마 아빠도 제 춤을 보면 함께 신이 난대요. 더 열심히 해서 나중에 크면 세계 최고의 비보이가 될 거에요."

굿판을 비보이에 결합시킨 이 퍼포먼스는 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광진구 광장동 멜론악스홀에서 공연된다.

남원상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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