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모델, 깡마른 10등신이 대세… 끝이 어딜까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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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패션업계 모델 체형 논란

최근 세계 패션계에선 모델의 몸무게 논쟁이 한창이다.

8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 패션쇼에서 우루과이 출신의 모델 루이젤 라모스(22·여)가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아사(餓死)한 사건 때문이다. 라모스는 패션쇼 직전 2주 동안 물만 마셨다고 한다.

라모스를 죽음으로 내몬 ‘끔찍한 다이어트’는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주요 도시에서 열린 2007년 봄·여름 컬렉션 기간 내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마드리드 시의회는 자체 기준에 미달한 마른 모델 5명을 패션쇼 무대에서 추방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시는 디자이너들에게 ‘건강한 모델을 캐스팅해야 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패션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마른 몸이 아름답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마른 체형의 모델이어야 자신의 옷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패션모델이 항상 마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소년 같은 몸매가 각광을 받다가 글래머 모델이 뜨기도 했다. 어떤 패션 스타일이 유행하느냐에 따라 각광받는 모델의 체형도 변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2007년 봄·여름 서울컬렉션과 부산 프레타포르테 등 큰 행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패션모델 체형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 ‘젠틀’에서 ‘섹시’까지

“1970년대 중반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이 방한했을 때의 일입니다. 그는 175cm가 넘는 여성 패션모델을 캐스팅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모두들 하이힐을 신은 상태의 키를 말하는 줄 알았죠. 당시 국내 여성모델의 평균 신장이 165cm였거든요.”

모델 에이전시인 모델센터 도신우 회장은 “그때는 세계 모델 기준과 국내 상황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도 회장은 국내 남성모델 1세대로 통한다. 1969년 최초의 남성모델 모임인 ‘왕실모델클럽’을 만든 이래 30년 이상 모델업계를 지켰다.

그에 따르면 당시 여성모델은 키 165cm에 우아한 여성상이 인기였단다. 남성은 175∼180cm로 점잖은 신사가 이상적인 모델. 도 회장의 키는 178cm다. 그는 “1970년대는 맞춤 양장이 대세였기 때문”이라며 “산에 갈 때도 양복바지에 구두를 신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인 기성복 캐주얼 시장이 형성됐다. 교복 자유화와 함께 미국의 청바지 문화도 확산됐다. 이때부터 여성미와 남성미가 강한 모델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의 전성시대였던 1990년대 들어서는 모델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여성은 섹시한 분위기, 남성은 근육질이 인기 포인트.

여성모델로는 1994년 청바지 브랜드 ‘베이직’의 모델로 데뷔한 오지영이 대표적이다. 176cm에 글래머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으로도 타이라 뱅크스 같은 글래머 모델의 인기가 높았다.

남성은 1988년부터 모델로 활동한 차승원이 돋보였다. 188cm에 80kg가량의 근육질 몸매는 남성 섹시미의 상징이 됐다. 1994∼1995년 ‘스톰’의 모델로 데뷔한 소지섭과 송승헌처럼 훤칠한 키, 딱 벌어진 어깨, ‘꽃미남’ 얼굴도 여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 슬림, 슬림, 또 슬림…

“‘디올 옴므’를 입고 싶어요. 키 177cm에 68kg인데 괜찮을까요.”

“허벅지 라인이 중요해요. 5kg만 감량해 보시죠. 참고로 디올 옴므에 맞는 최적의 몸무게는 ‘(키-100)×0.75∼0.8’입니다.”

인기 포털사이트에는 디올 옴므에 대한 누리꾼들의 질문과 답변이 많이 올라있다. 디올 옴므는 ‘몸에 딱 붙는 남성복’을 유행시킨 브랜드. 남성까지 다이어트의 세계로 몰아넣은 ‘주범’으로 불린다. 2000년대는 패션의 세계화 시대. 국내 유행도 세계 흐름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말라야 어울리는 옷들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한국의 패션모델도 빠르게 말라갔다. 1960년대를 풍미했던 깡마른 몸매의 소유자 트위기의 스타일이 돌아온 셈이다. 다만 167cm의 트위기보다 키가 10cm가량 커진 게 특징.

해외에서는 아예 키만 훌쩍 큰 10대 모델이 인기다. 젬마 워드(19), 릴리 콜(18) 등이 대표적이다.

모델센터 도 회장은 “8등신은 옛말이고 10등신, 11등신이 여성모델의 기본”이라며 “부산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도 대부분 마른 체형의 모델을 원했다”고 전했다.

남성모델들도 마르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디올 옴므가 잘 어울리기로 소문난 모델 출신 배우 강동원. 그는 186cm에 68kg으로 알려져 있다. 모델 출신인 주지훈도 187cm에 68kg. 이들은 근육질 대신 가녀린 몸매로 통한다. 허리는 28인치 정도 돼야 한단다.

마크 제이콥스, 발리 등의 패션쇼를 기획한 FN5의 김미현 씨는 “188cm에 70kg 안팎의 마른 체형이 인기”라며 “쇼를 앞두고 남성모델들이 앞 다퉈 초특급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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