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보다 댓글이 더 재미있네” 인터넷 주·객·전·도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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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다음의 ‘리플이 더 재밌다’ 코너에서 벌어진 한 글자 쓰기 댓글 놀이. 글자 하나만 쓴 댓글이 이어 달렸다. 사진 제공 다음
포털 사이트 다음의 ‘리플이 더 재밌다’ 코너에서 벌어진 한 글자 쓰기 댓글 놀이. 글자 하나만 쓴 댓글이 이어 달렸다. 사진 제공 다음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2005년 결산 특집 중 하나로 ‘최고의 덧글(댓글) 놀이’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유행한 재미있는 댓글 놀이의 인기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이 투표 아래에도 댓글이 200여 개 달렸다. 네이버 홍보팀 이경율 대리는 “순위 후보인 ‘올해의 덧글 놀이’ 자체도 재미있지만 여기에 달린 댓글 보는 재미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면서 “요즘은 본문보다 댓글이 더 재미있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댓글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본문을 보고 올리는 댓글이 누리꾼들의 즐거운 놀이가 되면서 본문을 제치고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댓글은 본문이 있어야 존재한다는 숙명을 가진 본문의 꼬리이지만 몸통(본문)보다도 큰 꼬리가 된 셈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은 연예 게시판 ‘텔레비존’에서 ‘리플이 더 재밌다’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5월부터 시작된 이 코너는 댓글이 돋보이는 게시물을 가려 올리는 것이다. 다음 미디어팀 함영철 씨는 “댓글을 통해서 게시물의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를 많이 보고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텔레비존’에서 게시물 자체는 눈길을 끌지 않았는데 누리꾼들이 ‘혼자 노는 거 아니삼?’ ‘혼자 노는 거 아니사?’라면서 댓글을 달기 시작해 3개월간 계속해서 댓글 놀이가 이어진 경우도 있다.

댓글이 관심의 대상이 되자 다음은 핫이슈에 대해 누리꾼들의 ‘리플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포털 사이트 프리챌도 논란이 되는 사건에 대한 댓글 토론장인 ‘지금은 굴비 토론 중’이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TV 오락 프로그램도 톡톡 튀는 댓글을 중요한 콘텐츠로 이용하고 있다. KBS2 ‘상상플러스’는 ‘리플하우스’라는 차량 안에 스타에 대한 누리꾼의 댓글 질문을 적어 붙여 놓고 하나씩 떼서 출연자에게 물어본다. MBC ‘놀러와’는 위기에 봉착한 연인을 두고 누리꾼들의 해결책을 댓글 형식으로 받아 소개하는 ‘위기 남녀 나 어떡해’ 코너를 운영 중이다.

댓글이 주목 받으면서 댓글 놀이 종류도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유명한 드라군 놀이(한 누리꾼이 만화 ‘스타크래프트’ 대사인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글을 올리면 그 밑에 다른 누리꾼들이 ‘드!’, ‘라!’, ‘군!’이라는 댓글을 이어 다는 형식)부터 인기가 식지 않는 등수 놀이(1등으로 댓글을 달았다고 알리는 놀이, 요즘에는 본문에 댓글이 없을 경우 ‘무플방지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라고 적기도 한다), 올드보이 놀이(철 지난 글을 보고 ‘어제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샀는데 너무 좋아요’ 등 옛날 얘기로 답하는 것), 신돈 놀이(드라마 ‘신돈’의 대사 ‘언제까지 그렇게 살 텐가’와 주인공의 웃음소리 ‘하하하하’로 응수하는 것) 등 갖가지 댓글 놀이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MBC PD수첩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 줄기세포에 대한 진위 의혹을 제기한 뒤 ‘PD수첩의 검증 받아야’라는 댓글이 유행하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동식 씨는 “댓글은 누리꾼들에게는 인정받고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인 만큼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댓글 놀이의 경우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지로 글쓰기를 하는 시대에 누리꾼이 이미지의 유희성을 마음껏 즐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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