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악동들의 아지트 ‘다락방’… 다락방의 괴짜들’

  • 입력 200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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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방의 괴짜들/조은 지음·문병성 그림/147쪽·8000원·문학과지성사(초등 5, 6년)

요즘 아이들이 ‘다락방’을 알까?

하나둘씩 사라져 간 한옥의 매력인 다락방. 어른들은 아이들이 손대면 안 될 것들을 다락방에 숨겨 두곤 했다.

옛날 아이들에게 ‘다락방’은 보물섬 같은 탐험의 공간이자 두려움을 가르쳐 주는 공간이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놀이터인 동시에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게 해 주는 비밀의 공간이기도 했다.

시인인 조은 씨가 쓴 세 번째 동화인 이 책은 바로 이같이 ‘특별한 공간’인 다락방을 모티브로 했다. 다락방을 통해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의 벽을 허무는 과정을 경쾌한 문체에 담아냈다.

주인공인 열두 살 소년 이준이의 가족이 처음 한옥에 이사 오게 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프랑스에 가보는 것이 평생의 꿈인 고등학교 프랑스어 교사인 아빠는 한옥이 마뜩잖지만, 오래된 한문책을 번역하는 일을 하는 엄마는 작업실로 쓸 수 있는 다락방이 딸린 한옥이 좋아 콧노래를 부른다.

“다락방은 새끼를 품고 있는 캥거루의 주머니배 같이 포근하다”는 이준이의 말이나 “부엌바닥을 마당보다 낮게 파내고, 그 위에 다락을 얹어 입체적으로 집을 지어 공간을 잘 활용한 민족은 우리 민족뿐일 것”이라는 엄마의 말에서는 다락방 딸린 한옥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저자의 따뜻한 ‘다락방 사랑’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다락방은 곧 이준이와 친구들의 최고의 놀이터가 되지만 동시에 다락방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아이들의 온갖 말썽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다락방에서 친구를 불러 다 함께 모여 자던 날, 선휘는 입에 거품을 물며 경기를 일으키기도 하고, 어른 없는 동안 다락방에서 부싯돌로 불을 피우려다 불을 낼 뻔도 했다.

하지만 선휘가 종종 경기를 일으키도록 만드는 가정 배경을 알게 되면서 이준이는 선휘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 하고, 자신이 미워하던 동네 고아 소녀 ‘코흘리개’를 다락방으로 초청한 뒤 좋은 오빠가 되어 주기로 한다.

이처럼 동화 속 다락방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닌, 아이들을 한 뼘쯤 성장하게 만드는 곳이 된다. 아이들뿐이랴. 엄마 역시 껄끄러웠던 선휘의 엄마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고, 아파트 타령을 하며 다락방 딸린 한옥을 싫어하던 아빠도 다락방의 매력을 알아간다.

안방에 자리 잡아 가장 내밀한 공간일 수도 있는 다락방은 동시에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 창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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