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29>숲의 생활사

입력 2005-11-21 03:02수정 2009-10-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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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있을 뿐! 눈앞에는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가 보인다. 한여름 어느 날 우리는 숲에 있었다. 도서반 ‘책이랑’과 독서토론반 ‘Dreams’의 25명은 자신의 ‘2년 후’, ‘10년 후’, ‘20년 후’의 삶을 그려 보았다.

물소리, 새소리만 들리는 그곳에서 진지하게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일류 요리사가 되어 예쁜 아이를 낳고 아이 이름은 ‘숲’이라고 짓겠다는 아이,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여 대법관이 되겠다는 아이 등 모두는 간절하게 꿈이 이뤄지길 기원했다. 그날 우리는 숲에서 행복했다.

‘가을이 오는 첫째 징조는 헐거워짐이다. 무게로 출렁였던 숲 덮개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듯 가볍다. 물이 빠진 것이다. 치열한 여름이 끝나고 신성한 바람이 불 때면 생명들은 마감을 준비해야 한다. 왕성한 생장을 도모했던 세포 속의 물질들은 분해되고 정리된다.…살이 녹아난 나뭇잎은 얇고 투명해진다. 빛이 서서히 숲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보름 전이다. 여름날 아이들과 함께 갔던 그곳에 다시 가 보았다. 책에서처럼 정말 그랬다. 빛이 서서히 숲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헐거워진 숲이 그곳에 있었다. 헐거워진 숲 속은 가을바람이 불어 스산하기까지 했다.

왜 그곳에 갔을까? 열정인지 욕심인지 모를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짓누르는 그 무엇인지를 버리고 싶었나 보다. 헐거워진 숲에서 버리고 싶은 것들을 버리고 가벼워졌다.

이 책은 숲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이다. 얼어붙었던 계곡이 녹으면서 봄은 시작한다. 가장 부지런한 뿌리, 물이 오르기 시작한 줄기,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먹이를 생산하는 잎, 종족 유지를 위한 꽃 그리고 포식자인 달팽이 딱따구리가 빛 물 바람 공기 등의 환경과 어떻게 투쟁하고 공존하는지 알게 한다. 왕성하고 치열한 여름, 마감과 소멸을 준비하는 가을 그리고 자연의 시련 속에 살아남는 겨울도 있다.

이 책의 매력은 감성을 건드려 진한 여운을 준다는 점. 그 떨림은 생명과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생태학 용어와 복잡한 생명현상을 쉽고 간결하게 표현한 점도 좋다. 그래서 이런저런 궁금증과 호기심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머리가 아프거나 공부에 지쳤을 때, 이 책을 펼쳐 180여 컷의 사진 중 보고 싶은 것을 잠시 바라보자. 숲 속 쉼터에서 얻는 평안과 휴식을 맛볼 수 있다. 일단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숲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그 다음 ‘봄 숲에서 야생화는 왜 꽃부터 피울까’ 하고 궁금해질 것이고, 나중에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더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한다면 자연의 이치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물과 숲과 빛의 조화로움이 생명을 유지하는 것처럼 인간관계에서도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치열한 삶, 왕성한 생명력의 ‘신록’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이여. 살아 있는 유기체인 ‘숲’을 통해 인간의 탄생과 성숙 그리고 죽음까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전선미 논산 연무고 생물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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