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밥 딜런 자서전-바람만이 아는 대답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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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자서전-바람만이 아는 대답/밥 딜런 지음·양은모 옮김/320쪽·9200원·문학세계사

‘살아 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사진). 그는 스무 살 되던 해인 1961년 기타 하나만 들고 ‘마법의 도시’ 뉴욕에 나타났다.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의 야경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에 잠긴다.

“나는 먼 길을 왔고 가야 할 먼 길을 출발했다. 그런데 지금 운명이 자신을 드러내며 나에게 손짓하고 있구나….”

1960년대 미국은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극적인 시기를 뜨겁게 관통하고 있었다. 거리는 화염에 휩싸였고 케네디 형제와 킹 목사, 맬컴X가 총탄에 쓰러졌다. 시대상과 맞물려 딜런의 음악은 베트남전 반대와 흑인 민권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다.

딜런이 무대에 서면 사회자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자, 여기 그가 있습니다. 그를 가지세요! 여러분은 그를 잘 압니다. 그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는 자서전에서 이때의 당혹감을 생생하게 회고한다.

“무슨 미친 소리인가. 나를 가지라니? 나라는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누구에게 속해 본 일이 없다. 내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 나는 단지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나를 메시아라니? 구세주라니?”

그러나 ‘저항운동의 왕자’를 찾는 사람들은 연일 그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밖으로 나와서 그들을 인도하라고 으르렁거렸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자신은 음악가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이면 ‘그 자신이 대변인임을 부인하는 대변인’이라는 헤드라인을 단 신문을 받아 봐야 했다. “나는 누군가가 개들에게 던진 한 점의 고기처럼 느껴졌다.”

딜런은 이 책에서 파란만장했던 삶의 여정과 자신의 음악세계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여느 인터뷰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던 ‘시대와의 불화’를 토로한다. 그의 팬들은 마침내 셰익스피어의 잃어버린 일기장을 발견했다고 흥분했다.

1970년대 이후 딜런은 내면으로 깊이 침잠한다. 1965년 전자 기타를 들고 대중 앞에 나타난 이래 “세상과 타협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말대로 시대의 양심도, 어떤 세대의 대변인도 자처한 적이 없었다. 그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표현했을 뿐이다. 아니, 음악이 전부인 자신의 삶과 자유로운 정신을 한껏 살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겐 딜런의 대표작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의 가사가 귓전을 맴돌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길을 가야/사람들은 인생을 알게 될까/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흰 비둘기는 백사장에 편히 쉴 수 있을까/…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지/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어….’

원제 ‘CHRONICLES’(2004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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