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분단을 넘어 우리도 독일처럼?…분단의 두 얼굴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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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두 얼굴/김승렬 신주백 외 지음/446쪽·1만8000원·역사비평사

1993, 1994년 제네바 북-미회담 미국 측 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는 북한의 협상 태도에 대한 소감을 묻는 한국 당국자들에게 “거울을 보라”라고 말했다. 논리적 토론보다는 감성적 토로를 중시하고, 절충적 타협점을 찾는 것을 굴욕적으로 여기거나 비윤리적으로 여기며, 초기 입장을 강경히 고수하는 태도가 너무도 닮았다는 것이다.

이런 공통점은 같은 핏줄에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해 왔다는 집단 경험에서 비롯할 것이다. 그러나 근대화라는 동시대적 상황 속에서 남북이 서로 닮아간 측면도 있다.

우선 북한의 천리마운동과 남한의 새마을운동, 북한의 노농적위대와 유사한 남한의 예비군제도, 1972년 나란히 채택된 남한의 유신헌법과 북한 사회주의헌법을 들 수 있다.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자본주의 경제에 도입한 남한의 경제개발계획, 1960년대 남한의 외자도입 성공 사례를 모방한 1970년대 북한의 유럽차관 도입, 1970년대 중·후반 자주국방을 표방하며 추진한 남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과 ‘국방에서 자위’를 표방하는 북한의 1990년대 핵무기 개발의 유사성도 거론할 수 있다.

남북은 서로를 비판하거나 부정하기 위해 차이점을 부각시킨 반면 이런 유사성은 외면해 왔다. 이는 서로를 한 덩어리가 아니라 서로 타자(他者)로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남북을 나눠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로 봐야 한다는 백낙청의 ‘분단체제론’과 박명림의 ‘적대적 의존론’, 이종석의 ‘분단구조론’ 등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분단의 상호작용을 추적한 글들을 모은 이 책은 2개의 분단사를 다룬다. 하나는 동서독의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한의 그것이다.

서독과 동독, 남한과 북한은 배제와 경쟁의 레일 위를 달려갔지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끊임없는 곁눈질과 모방을 했다. 과거사 청산(동서독의 나치청산과 남북한의 친일청산), 체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사회보장정책의 상호경쟁,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차이를 강조하면서도 서로의 비교우위 요소를 도입한 것 등….

그러나 같은 분단체제이면서도 동서독과 남북한 사이에서 발생했던 차이점은 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서독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창한 진보적 정부가 보수적 정부보다 동독에 더 큰 위협이 됐지만 남북한에서는 반대라는 점, 동독 붕괴에 큰 역할을 했던 동독 내 교회세력의 역할을 북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동서독과 남북한의 비교가 주제별로 정교하게 이뤄지기보다는 다양한 필자들의 관심 영역에 따라 분산돼 상호 조응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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