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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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 데 몰두하다 짧은 생을 마감한 호시노 미치오 씨가 촬영한 알래스카의 석양. 오렌지빛 석양 아래 순록의 일종인 카리부 떼가 이동하고 있다. 저자는 “알래스카에선 끊임없이 녹아내리는 빙하처럼 어떤 생명도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도 카리부도 별조차도 무궁한 저쪽으로 시시각각 여행을 한다”고 썼다. 사진 제공 청어람미디어
알래스카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 데 몰두하다 짧은 생을 마감한 호시노 미치오 씨가 촬영한 알래스카의 석양. 오렌지빛 석양 아래 순록의 일종인 카리부 떼가 이동하고 있다. 저자는 “알래스카에선 끊임없이 녹아내리는 빙하처럼 어떤 생명도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도 카리부도 별조차도 무궁한 저쪽으로 시시각각 여행을 한다”고 썼다. 사진 제공 청어람미디어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호시노 미치오 지음·이규원 옮김/272쪽·1만2800원·청어람미디어

에스키모 말로 ‘위대한 땅’이라는 뜻의 알래스카. 울창한 침엽수림과 빙하가 녹아내린 푸른 우윳빛 냇물,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 떼, 수만 년짜리 빙하와 거대한 빙벽이 내뿜는 시원(始原)의 에너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곳이다. 흔히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대학과 골프장을 갖춘 어엿한 도시도 있고 누대로 고향을 지키고 있는 원주민도 많다.

알래스카에 매료되어 평생 이 땅과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은 야생 사진가가 있다. 주인공은 일본인 호시노 미치오 씨. 그는 열아홉 살에 우연히 고서점에서 만난 알래스카 사진집에 매료됐다. 곧장 카메라를 둘러메고 알래스카로 날아간 그는 에스키모 일가와 한철을 보내고 도쿄로 돌아왔다가 6년 뒤 아예 알래스카대 야생동물관리학부에 입학했다. 이후 20여 년 동안 알래스카의 자연과 사람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의 사진은 ‘주간 아사히’ 등 일본 잡지는 물론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저명한 잡지에 잇따라 실렸다. 사진도 좋지만 다양한 에스키모인의 삶을 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글이 심금을 울린다.

미국 캘리포니아 태생으로 알래스카에 반해 에스키모인이 된 미국인 밥 율, 고향에 불어 닥친 개발과 풍요를 거부하고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는 늙은 원주민 케니스 누콘, 고래를 잡는 에스키모인들의 이야기에서부터 물보라를 내뿜는 고래, 연어를 덥석 무는 곰, 형체 없는 바람의 뒷모습, 백야의 태양에 대한 이야기까지 자연 속에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알래스카를 찍고 이야기했지만, 그의 것이 특별한 이유는 그 땅에 사는 사람의 시각에서 자연과 인간을 이해하고 연민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곰 그리즐리의 가족. 저자는 ‘세상 어디서도 이렇게 다정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썼다.
저자는 마흔셋이던 1996년 쿠릴 캄차카 반도 쿠릴 호반에서 자다가 불곰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책 제목 그대로 알래스카의 바람이 된 것이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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