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정]“여성위상 경제력에 달려있죠”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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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이 여성계의 화두다. 29일까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2004 서울 세계여성지도자회의(Global Summit of Women 2004)’ 역시 여성 지도자들이 리더십 증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이번 회의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여성의 리더십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지만 중점은 여성의 경제활동이다. 여성의 경제력 향상이 여성문제 해결이나 리더십 증진의 핵심이라는 판단 때문이다.이 회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세계여성지도자회의 아이린 나티비다드 회장(55)과 전문직여성클럽 세계연맹 앙투아네트 뤼엑 회장(59)이 만나 ‘여성 리더십과 경제활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티비다드=테러를 이유로 이런 대규모 회의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럴수록 여성들이 모여 서로 이해하고 도와야죠.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정치참여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지 않습니까.

‘장관급 원탁회의’에서도 이 내용을 집중 토론했습니다. 이 회의의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작성해 세계에 알릴 예정입니다.

▽뤼엑=세계여성지도자회의에는 개인은 회원이 될 수 없고 조직만 회원자격을 갖습니다. 전문직여성클럽(BPW) 세계연맹 회장으로 이 회의의 국제기획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회의가 다른 여성들과 연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나티비다드=세계여성지도자회의는 BPW를 비롯한 전 세계 50개 이상 단체를 파트너로 갖고 있습니다. 한 장소에서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지요. 단체뿐 아니라 정부나 기업들도 포함됩니다. 서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배울 수도 있지요.

나티비다드 회장은 필리핀계 미국인으로 미국 여성정치인연맹 회장, 근로여성국가위원회의장 등을 거쳐 1990년 대회 창립을 주도한 인물. 처음에는 여성 정치인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1998년 런던대회부터 ‘여성의 경제력 향상이 여성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판단에 따라 여성 경제인 중심회의로 바꿨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뤼엑 회장은 대학교수와 직업컨설턴트로 일하다 1989년 전문직여성클럽에 들어갔고 2002년 3년 임기의 세계연맹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단체는 전 세계 40만명의 회원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 전문직 여성의 차별 해소 문제에 관한 자문에 응한다.

▽뤼엑=BPW 한국연맹의 진지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7월에는 20개 대학 여대생을 대상으로 ‘미래의 지도자상’ 세미나를 연다고 하더군요.

▽나티비다드=어느 나라든 여성문제의 본질은 비슷합니다. 국가의 지위와 무관하게 낮은 경제적 지위와 육아부담 등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뤼엑=저는 생물학 박사이기 때문에 남녀의 특징을 본능이라는 면에서 설명합니다. 남성은 본능적으로 자기영역을 확보하고 자신의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경쟁적이 된 반면 여성은 씨앗을 보살피느라 수동적이 됐지요. 생물학적으로 다른 여성과 남성이 싸우느라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 이 두 가지 본능을 다 갖춰 조직사회에 적합한 사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나티비다드=다국적기업의 예산은 한 국가의 예산보다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여성 경제인들은 이곳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사는 아시아는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여성들이 뭘 소비하는가 하는 시장의 측면에서나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 경제활동 측면에서 모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매킨지&컴퍼니가 실시한 아시아 여성에 대한 ‘매킨지 보고서’를 눈여겨볼만 합니다. 아시아 지역의 여성 경제활동 현황과 그들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요.

▽뤼엑=제가 이번 대회에서 발표할 내용이 ‘사업체와 전문기관의 성장을 위한 기술의 도입’입니다. 사기업이나 공조직이나 기술 발달로 조직의 장과 조직원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의 활동을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직원들은 거기에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면 되고 각자 잘잘못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후임자들도 1시간 만에 모든 것을 파악합니다.

▽나티비다드=동감합니다. 14년 전 제가 이 회의를 시작할 때 1000개 이상의 팸플릿을 발송했습니다.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한 해 340만통의 e메일을 받는데 이제 정보기술이 사람을 연결해주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연대는 이처럼 얼굴을 맞댈 때 가능하지요.

나티비다드 회장은 1990년대 여성의 정계 진출과 관련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이후 이번이 여섯 번째 방문이다. 한국 여성들이 예전보다 사기업이나 공조직에 많이 진출했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여긴다.

그는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을 조화롭게 꾸려갈 수 있는 취업지원 인프라의 구축과 다양한 인센티브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첫 방한이라는 뤼엑 회장 역시 “이화여대를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며 “여대생들의 수준은 무척 높은데 이들이 경제활동을 하도록 정부나 사회가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리=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전세계 여성장관 11%… 한국은 14% 6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여성장관의 숫자가 1996년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났으나 여성장관의 역할은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 국한된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4 서울 세계여성지도자회의(Global Summit of Women 2004)’에서 아이린 나티비다드 회장은 96년 6.8%에 머물렀던 195개국의 여성장관 비율이 2004년 5월 말 현재 11.3%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여성지도자회의가 최근 2년간 각국 대사관과 웹사이트, 자료 등을 바탕으로 분석해 만든 ‘세계 여성장관 임명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우 11개국 중 5개국에서 여성이 국가지도자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각에서 여성장관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유럽(18%)이었다. 다음이 북남미(14%) 아프리카(10.8%) 순이었으며 아태지역은 6.9%로 가장 낮았다.

내각의 5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과 스웨덴을 비롯해 핀란드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콜롬비아 필리핀 뉴질랜드 등 14개국에서 여성장관의 비율이 30%를 넘었다.

아태지역에서는 필리핀(33.3%)이 1위, 한국은 14.3%로 6위를 차지했다.

여성장관이 한 명도 없는 국가는 96년 48개국에서 현재 34개국으로 줄었다.

그러나 여성장관이 있는 161개국의 여성장관 1008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5.2%가 사회분야를 맡고 있었고 경제(17.9%) 등 다른 분야는 적었다. 5.3%의 여성이 외무장관으로 활약하고 있었고 국방장관에 오른 여성은 겨우 14명이었다.

나티비다드 회장은 “여성장관이 30% 이상을 차지해야 내각의 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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