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난 네가 보여!’…우주선 숨은그림찾아 출발!

  • 입력 2004년 3월 28일 17시 24분


코멘트
◇난 네가 보여!/조안 스타이너 기획 구성/24쪽 1만원 베틀북(만 5∼7세)

일흔의 파블로 피카소는 네살 난 아들 클로드와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다가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두 개의 장난감 자동차를 마주보게 포개어 붙여 개코원숭이의 머리를 만든다.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배불뚝이 주전자는 개코원숭이의 상체와 어깨를 만드는 데 이용되고 손잡이 두 개는 개코원숭이의 귀가 된다. 개코원숭이 꼬리 끝에는 문에 다는 경첩을 달고 새끼 개코원숭이의 작은 머리는 탁구공으로 만든다.

프랑스 파리의 피카소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1951년 조각 작품 ‘새끼를 안고 있는 개코원숭이’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피카소는 일상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조각 작품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의 3차원 구성작가 조안 스타이너는 좀더 정교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 역시 철물점 파티용품가게 벼룩시장 벽돌공장 미술용품가게 같은 곳들을 찾아갔다고 한다.

조안은 과자와 연필 나뭇잎 같은 갖가지 물건들로 광활한 우주에서부터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도시의 거리, 배가 떠 있는 항구, 아늑하고 예쁜 집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을 만들어낸다. 작은 땅콩은 곰 인형과 회전목마로 변신하고 달콤한 사탕은 벽시계로, 자전거 바퀴로, 신호등으로 모습을 바꾼다. 과자도 모양에 따라 의자의 방석이 되고 높은 빌딩의 벽이 되고 나지막한 담장이 된다.

첫 장면에서는 우주선이 등장한다. 보온병으로 만든 우주선이다. 보온병뿐 아니다. 건전지 실패 생일초 옷핀 껌 옥수수알 동전 파스타 지우개 레고블록조각 색연필 우표 손톱깎이…. 이 우주선은 꼭꼭 숨어있는 물건을 찾아 출발한다.

다음 장면에서 퍼즐조각 길을 따라가니 예쁜 집에 도착한다. 지붕은 책으로, 현관문은 지갑으로, 창문은 티백으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숨은 그림 찾기 책이다. 아이들은 숨은 그림을 찾으며 상상의 나라로 여행을 하게 된다.

장면마다 작게는 50개에서 많게는 200개에 이르는 자잘한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확실히 물건들을 찾다보면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내는 창의력이 길러질 것도 같다. 아무리 하찮은 것도 무심히 보아 넘기지 않는 관찰력까지 기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작가가 이 책에 들인 정성이다. 스타이너는 쥐덫 하나를 보아도 10분 이상씩 주의 깊게 관찰해 다른 쓰임새를 찾아냈다. 서커스 장면의 경우 코트로 천막을 만들겠다고 구상하고 벼룩시장과 구세군 가게 등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딱 맞는 길이를 가진 코트를 얻기 위해 결국 여러 벌을 샀고 이젠 코트수집가라고 해도 될 정도라고.

아이들은 이 책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주위의 물건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겠지만 아이디어를 향한 작가의 부단한 노력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피카소의 창의력이나 관찰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