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4>친분(親分)과 임용(任用)

  • 입력 2004년 2월 8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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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親分이 과연 무엇이기에 교수 임용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가 나왔을까. 오늘은 親分의 원래 의미를 짚어보기로 하자.

親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의미부인 見과 소리부인 辛으로 구성되었다. 見은 눈을 크게 벌리고 무언가를 주시하는 모습을 그렸으며, 辛은 墨刑(묵형) 등을 새길 때 쓰던 칼을 말한다.

사람이란 보면(見) 볼수록 情(정)이 드는 법. 그래서 親에서의 見은 눈을 크게 벌리고 다른 이를 보살피는 행위임을 보다 강조하여 상징한다.

보살펴주는 대상은 주로 가족이나 씨족 등이었으리라. 이들은 같이 마을 단위의 공동생활을 통해 보다 親密(친밀)해져 갔을 것이다. 그래서 見이 親의 의미부로 들었다.

이후 소리부였던 辛이 立(설 립)처럼 잘못 변화되고 木(나무 목)이 들어가 지금의 자형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이를 두고 ‘나무(木) 위에 올라서서(立) 멀리 떠나는 자식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다보는 것이 부모(親)’라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설명도 있지만, 辛과 木이 결합된 親의 왼쪽 자형은 사실은 가시나무의 이름이라는 점에서 타당성이 없다. 가시나무는 密集(밀집)되어 서로 붙어 자란다. 그렇게 본다면, 소리부였던 이 부분은 ‘밀집성’을 나타내는 의미부의 기능도 일부 담당하고 있다.

親은 親近(친근) 등에서 보듯 ‘감정이 깊고 밀접함’이 원래 뜻이다. 여기서부터 兩親(양친)과 같이 가장 가까이서 보살펴주는 부모라는 뜻이 생겼고, 다시 親戚(친척)과 같이 혈통이나 혼인 관계를 의미하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分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刀가 八의 중간에 들어간 모습을 그렸다. 八은 양쪽으로 나누어진 어떤 물체를 상징하고, 칼의 모습을 그린 刀는 나눈다는 뜻이다. 그래서 分은 分割(분할), 分別(분별), 절반, 部分(부분) 등을 뜻한다.

재산(貝·패)은 나누면(分) 빈곤(貧·빈)해진다. 그러나 사랑이나 보살핌은 나누면 나눌수록(分) 더욱 커진다. 親과 分이 합친 단어는 그래서 생겨났을 것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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